제15화
고선호는 밟고 있던 엑셀에서 발을 떼고 창문을 내리고는 비웃듯 물었다.
“그래서?”
백여진은 전혀 물러서지 않았다.
“넌 신경 안 쓰겠지. 그럼 우리 언니는? 네가 좋아했던 사람, 그리고 그 사람 동생의 아이야. 언니가 얼마나 착한데... 태어난 아이가 부모 없이 고아처럼 자라는 걸 보고만 있겠어?”
고선호는 그 말에 화가 나 문을 열고 내려 백여진의 손목을 거칠게 붙잡고 그대로 차 안으로 밀어 넣었다.
“네가 감히 하임이 이름을 입에 올려?”
그는 이내 차분해지더니 이런 말을 내뱉었다.
“임신? 그래. 그럼 지우면 되지.”
백여진은 깜짝 놀라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고선호의 팔목을 꽉 잡았다.
“안 돼! 그러면 안 돼! 언니가 알게 되면... 절대 널 용서하지 않을 거야!”
다시 한번 백하임의 이름이 나오자 고선호는 싸늘하게 식은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하임이는 몰라. 그리고... 네가 하임이 동생이라도 난 봐주지 않을 거야.”
늘 자신에게만큼은 온화했던 그가 이렇게 차갑고 잔혹한 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백여진은 몸이 덜덜 떨렸다.
고선호는 3년 동안 밑바닥에서부터 서울의 신흥 재벌이 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의 잔혹함을, 그녀는 너무 오래 잊고 있었다.
백여진의 목소리는 한층 더 낮아졌다.
“선호야, 제발... 나는 이 아이 낳고 싶어. 앞으로는 절대 언니랑 네 사이에 끼어들지 않을 거라고 약속할게.”
하지만 고선호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늦었어.”
“넌 그러면 안 돼, 고선호! 난 이렇게 오래 네 옆에 있었잖아! 네가 언니에게 난 화를 풀려고 날 이용해도... 그에 대한 대가 정도는 줘야지!”
고선호는 마치 터무니없는 농담을 들은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
“대가? 좋아. 그럼 네가 한 짓... 한 번씩 세어보자. 넌 하임이가 한 모든 걸 네가 했다고 속였지. 하임이는 무정하고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착각하게 만들었어. 그리고 내가 하임이를 버리고, 다치게 하고, 미워하게 만들었어. 게다가 하임이한테 약까지 먹여서 다른 남자랑 자게 만들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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