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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임씨 가문. 모욕을 당하고 돌아온 임지효는 방에서 버럭 화를 냈다. 김하정이 인기척 소리에 영문도 모른 채 문을 열어봤더니 임지효가 한창 침대에 드러누워 대성통곡하고 있었다. 하도 처절하게 우니 그녀도 덩달아 마음이 아팠다. “지효야, 왜 그러니?” 김하정은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힘들게 찾아온 친딸인데 더 이상 어떠한 서러움도 당하게 하고 싶진 않았다. 임지효를 일으켜 세웠더니 화장이 다 번져서 충격 그 자체였다. 김하정은 딸아이를 부축했던 손까지 힘이 풀려버렸다. 그녀는 재빨리 마음을 추스르고 애틋한 눈길로 되물었다. “무슨 일이야? 밖에 한 번 나갔다 오더니 왜 이렇게 우는 거야? 누가 괴롭혔어? 엄마한테 말해. 엄마가 대신 혼내줄게!” 김하정은 자상하게 딸의 뺨에 흐른 눈물을 닦았는데 별안간 손이 끈적끈적해 났다. 자세히 보니 임지효가 얼굴에 파운데이션을 떡칠했던 것이다. ‘얘가 대체 왜 이렇게 두껍게 바른 거야?’ 그녀는 말문이 턱 막혔다. 한편 임지효가 울면서 고개를 저었더니 너덜너덜해진 가짜 속눈썹이 끝내 눈물 세례를 이기지 못하고 떨어져 나갔다. 그런데 하필 김하정의 뺨에 정확히 떨어지며 마지막 수명을 다했다. 위로하려다 말고 김하정이 솔직하게 말했다. “아가야, 일단 화장부터 지우는 게 어때?” 울고 있던 임지효는 멍해지다가 김하정을 올려다보자 더 크게 놀랐다. “화장품이랑 눈물이랑 섞이면 피부에 안 좋으니까.” 김하정이 즉시 덧붙였다. 임지효는 화장을 지우고 2차 세안까지 마쳤다. 두 눈은 빨갛게 부었고 목이 다 잠겼다. “엄마, 나도 알아요. 언니가 날 싫어하고 원망하는 거. 하지만 난 그저 본래의 내 삶으로 돌아온 것뿐이잖아요. 대체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요?” “언니가 박씨 가문에 가서 고생할 걸 생각하니 마음이 안 좋아서 도와주려던 건데 이런 내 마음도 몰라줄지언정... 몰라줄지언정...” 임지효가 말하더니 또다시 눈물이 북받쳐 올라 김하정의 품에 와락 안겼다. “엄마, 나 그냥 돌아오지 말 걸 그랬나 봐요. 그러면 아무도 날 원망하지 않을 거잖아요.” 김하정은 속상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아윤이가 널 괴롭혔어? 이런 배은망덕한 년이! 네가 돌아오기 전부터 사사건건 나랑 맞서 싸우더니! 20여 년을 부귀영화를 누렸으면 됐지 대체 뭐가 더 불만이란 거야? 안 되겠어. 지금 당장 찾아가야지.” 그녀가 격분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는데 임지효가 재빨리 손목을 잡으면서 말렸다. “그러지 말아요, 엄마. 언니는 그저 상황이 너무 갑자기 변하다 보니 적응하기 힘들어서 그래요. 다 이해하니까 괜히 나 때문에 언니를 나무라지 마세요.” “이건 단지 일시적인 것뿐이에요.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언니도 마음이 안정되고 누가 진짜 자신을 잘해주는 사람인지 알게 될 거예요. 그때 가서 언니 다시 데려오면 돼요.” 임지효는 김하정의 손을 잡고 애교를 부렸다. “우리 집에서 언니 한 명 더 키우는 건 문제없잖아요. 게다가 엄마랑 언니는 오랫동안 함께 지냈으니 정이 어느 정도 있을 텐데. 그때 가서...” “그만!” 김하정이 말을 잘랐다. “바보야, 넌 대체 왜 이렇게 착해빠졌어? 이래서 네가 괴롭힘을 당하는 거야.” 김하정은 대놓고 박아윤을 향한 실망과 혐오를 드러냈다. “이 집에 내가 있는 한 박아윤 그 년은 돌아올 생각 꿈도 꾸지 말라고 해. 우리 가족 걔한테 미안한 짓 한 거 없다. 오히려 엄마는 네가 너무 안쓰러워. 앞으로 오직 우리 지효만 공주님처럼 떠받들 거야.” 그녀는 임지효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확고한 어조로 말했다. 한편 임지효는 엄마의 품에 기댄 채 눈가에 만족감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가 원하던 게 바로 이런 거였다. 그녀는 박아윤을 증오했다. 왜 항상 박아윤만 어디서든 모두의 관심을 받는 걸까?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하고 인생을 통째로 무너뜨리고 싶었다. 이제 찢어질 듯 가난한 박씨 가문으로 돌아갔음에도 오만한 태도를 유지하는 그녀, 임지효는 박아윤이 과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두고 볼 생각이었다. “이 사진 왜 여기 있지? 당장 치워야겠어. 우리 집에 있는 그년 물건들 싹 다 치워버릴 거야.” 김하정은 딸을 진정시키고 밖으로 나가려다가 탁자 위에 놓인 박아윤의 몇 년 전 사진을 발견했다. 이때 임지효가 재빨리 사진을 가져갔다. “엄마, 이 사진에는 오빠도 있잖아요. 그냥 놔둬요. 사진 한 장일 뿐이니 너무 신경 쓰지 말아요.” “어머, 언니 팔에 상처가 있네요?” 사진의 배경은 여름이었고 박아윤은 민소매 원피스를 입고 임도윤의 팔짱을 끼고 있었다. 남매는 서로 머리를 기대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김하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몇 년 전에 아윤이랑 도윤이 일행이 함께 외지에 놀러 갔는데 어쩌다 다쳤는지는 정확히 잘 몰라. 그냥 이런 흉터가 남았더라고. 여주로 갔었나?” 김하정은 고개를 내저었다. 수년이 지났으니 당연히 기억이 안 날 터였다. “됐다, 더 이상 생각할 것도 없어. 그냥 버리자. 눈앞에 안 보이면 마음도 편하잖아.” 그녀가 손을 내저었다. 한편 임지효는 사진을 꽉 쥐었다. 강민건이 그날 여주시에 대해 말했었는데 혹시 저 팔의 상처가 강민건을 구하다가 생긴 걸까? 그녀는 눈알을 굴리며 다짐했다. ‘어쨌거나 한번 걸어보는 거야!’ 임씨 가문에서의 삶은 이전보다 훨씬 나아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강씨 가문에 시집갈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 그건 하늘의 별 따기이고 진정한 상류층이 되는 길이다. “그냥 남겨둬요. 네?” 임지효가 계속 애교를 부렸다. 이에 김하정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대답했다. “그래, 알았어. 하여튼 넌 착해서 탈이라니까. 그래서 수년간 이 고생을 한 거잖아. 아 참, 너 그런데 민건이랑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임지효는 수줍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 건 묻지 말아요. 그냥 아주 오래전에 잠깐 교류가 있었을 뿐이에요. 민건 오빠가 그때 일을 아직도 기억해줄 줄은 전혀 몰랐어요.” “그래, 안 물을게. 아무튼 강씨 가문은 최고의 선택이야. 무엇보다 중요한 건 너희 두 사람이 서로 마음이 맞아야지.” 그 시각, 강민건은 노크 소리에 수중의 업무를 내려놓고 시선을 올렸다. 비서가 서류를 들고 안으로 들어왔다. “대표님, 찾으시는 정보 여기 다 있습니다.” 강민건은 비서가 책상에 내려놓은 서류를 힐긋 살폈다. “전부 다 조사했어?” 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박아윤 씨는 임씨 가문에서 이전에 아이를 바꿔 치기 당한 아이였어요. 며칠 전에야 박씨 가문으로 돌아갔습니다.” 순간 강민건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격앙된 말투로 물었다. “그럼 아윤이야말로 내 생명의 은인이라는 거야?” 비서는 놀라서 안경테를 밀어 올렸다. 대표님은 수천억 규모의 프로젝트를 성사했을 때도 이렇게까지 격동하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다. “그건 아직 확실치 않습니다.” 강민건의 빛나던 눈이 점점 어두워졌다. 그는 팔 안쪽을 바라보았다. 이제 와서 이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때 그 귀요미가 강민건을 창문 밖으로 던졌을 때, 두 사람의 팔은 모두 유리 파편에 긁혔었다. 그때 제대로 치료받지 못했고 의료 기술이 발달하지 않은 탓에 흉터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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