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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그는 바로 박정우였다. 임지효는 저도 몰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박씨 가문에 머물던 시절, 그녀가 가장 경계했던 인물이 바로 박정우였다. 그녀는 말까지 더듬거렸다. “정... 정우 오빠.” 지난번에 공사 현장에 찾아왔을 땐 그토록 오만하더니 오늘은 박정우를 본 순간 덜컥 겁에 질린 임지효였다. 한편 박정우는 그녀를 너무 잘 안다. 저 팔에 난 흉터도 가짜임이 뻔했다. 임지효는 재빨리 소매를 내려 흉터를 숨기고 애써 평정심을 유지했다. 박정우는 굳은 표정으로 박아윤에게 다가가더니 말투가 한결 부드러워졌다. “아윤아, 괜찮아?” 박아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오빠. 별일 아니에요.” 박정우는 그녀를 쭉 훑어보며 외상이 없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임지효와 강민건을 향해 얼음장 같은 눈빛을 보냈다. “두 사람은 여기 어쩐 일로 오신 거죠? 설마 갖은 수단으로 우리 가족 조롱하러 오신 겁니까?” 임지효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애써 무구한 척하며 고개를 내저었다. “오빠, 그게... 난 그냥...” 강민건이 담담하게 임지효를 훑어보다가 시선이 박정우에게 머물렀다.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군요. 난 그저 아윤 씨랑 정우 씨 아버님이 해주신 음식이 맛있어서 다시 찾아온 것뿐이에요. 굳이 그런 불쾌한 말은 삼가시길 바랄게요.” “그래요, 오빠. 나도 그냥 엄마, 아빠 보러 온 것뿐이에요...” 임지효도 한 마디 덧붙였다. 강민건 앞에서 그녀는 아무리 화나도 꾹 참고 이미지 관리를 잘해야 한다. 절대 강민건에게 본모습을 들키면 안 되니까. 박정우가 입꼬리를 씩 올리고 쓴웃음을 지었다. “네가 지금 무슨 자격으로 아빠, 엄마라고 부르는 거야?” 곧이어 그는 박아윤이 들고나온 도시락을 건네받더니 망설임 없이 바닥에 내던졌다. 결국 음식물이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우리 집에서 만든 음식은 개나 줘버릴지언정 임지효 네 딴 인간은 안 줘. 너 같은 건 먹을 자격 없으니까!” 임지효가 움찔하며 강민건에게 기대려 했지만 이 남자가 재빨리 한 걸음 옆으로 물러났다. 그녀는 억지로 눈물을 쥐어짰다. “오빠, 오해에요. 나 진짜 억울하다고요. 어떻게 나를 그런 식으로 생각할 수 있어요...” 임지효가 코를 훌쩍거렸다. “난 단지 오빠네 가족이 너무 힘들게 사니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려고...” 박정우가 손을 들어 그녀의 말을 잘랐다. “됐어. 우리 집안 길바닥에 나앉는 한이 있어도 네 도움 따윈 필요 없어. 우리 아윤이 해칠 생각 꿈도 꾸지 마. 아윤이 털끝 하나 건드려도 우리 가족 모두 너 가만 안 둘 거야.” 박정우의 시선이 미묘하게 강민건에게 머물렀다. 그는 날카로운 눈길로 임지효를 노려봤다. 따가운 시선에 임지효는 울화가 치밀었고 눈빛도 이글거렸다. 양옆에 내려놓은 손은 어느새 주먹을 불끈 쥐고 있었다. “오빠, 진짜 너무 불공평한 거 아니에요? 전에 나한텐 줄곧 엄격하기만 하더니 아윤 언니 돌아오자 태도가 확 바뀌었네요. 대놓고 이뻐하는 거예요 이제? 차별대우가 너무 심한 거 아니냐고요?” 임지효가 마침내 눈물을 쥐어짜내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에 박정우가 피식 웃었다. “뭐라고?” 그의 미소에 경멸의 뜻이 가득 담겨 있었다. “아윤이는 너랑 근본적으로 달라. 허영심을 쫓지도 않고 가난하다고 외면하는 애가 아니야. 너처럼 돈만 밝히는 애는 20여 년을 키워준 정도 나 몰라라 하고 우리 부모님 가슴에 대못만 박았잖아!” 박아윤은 박정우가 이렇게 격한 감정으로 누군가를 상대하는 걸 처음 보게 됐다. 그녀는 박정우의 팔을 잡고 가볍게 흔들었다. “오빠, 괜찮아요. 화내지 말아요.” “그래, 아윤아. 저딴 인간은 화낼 가치도 없어.” 박정우는 유독 박아윤 앞에서만 더없이 다정한 눈빛으로 변한다. 임지효는 분노를 못 참고 언성을 높였다. “야, 박아윤!” 뭇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쏠리자 그녀는 허벅지를 꼬집으며 차분해지려고 애썼다. 이어서 온화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 “진짜 오해야, 언니.” 그녀는 억지로 짜낸 눈물을 닦으며 나지막이 말했다. “민건 오빠, 오빠는 아실 거예요.” 강민건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대체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난 항상 박씨 가문이 그동안 사정이 어려운 걸 마음에 새겨두고 있었어요. 엄마, 아빠가 수년간 키워준 정이 있으니 오늘 원래 은혜에 보답하려고 온 거예요. 그동안 물질적으로는 풍족하지 못해도 나한테 단란한 가정이 무엇인지 느끼게 해주셨잖아요.” 그녀는 말하면서 카드를 한 장 꺼냈다. “이건 우리 엄마, 아빠가 친히 박씨 가문에 드리라고 준 카드에요. 여기서 노점상을 차린 것도 아시고 마음이 편치 않으셨나 봐요. 시내에 있는 가게를 박씨 가문에 임대해줄 수 있다고도 하셨고요.” 이 모든 건 임지효가 지어낸 말이다. 박씨 가문 사람들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아니까, 특히 박정우는 오만함의 극치였기에 절대 이런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터였다. 그녀는 단지 강민건에게 잘 보이기 위해 연기했을 뿐이다. “임씨 가문의 돈은 절대...” 역시나 박정우의 얼굴에 노골적인 혐오감과 거부감이 떠올랐다. 이때 박아윤이 눈썹을 치키고 활짝 웃으며 말했다. “뭐라고 지효야? 너희 집에서 지금 우리한테 공짜로 가게 하나 내준다는 거니? 거기에 돈까지 주겠다고?” 임지효는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공짜로 가게를 준다고 한 적은 없는데 일이 이 지경까지 왔으니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서라도 마지못해 인정했다. 강민건이 고개를 끄덕이며 임지효에 대한 태도가 조금 바뀌었다. “지효도 효심 있는 아이였네. 아까는 정말 오해가 있었던 모양이야.” 박아윤이 손뼉을 치며 그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그래요, 대표님! 지효가 효심이 굉장하네요.” 그녀는 말하면서 재빨리 임지효가 준 카드를 챙겼다. 물론 임지효도 카드를 힘껏 잡았지만 태생이 힘센 박아윤을 이길 수가 없었다. “장사한 지 며칠 안 됐지만 손님이 점점 늘어나서 자리도 부족할 지경이야. 비바람이 불 때면 더 힘들고. 지효야, 엄마, 아빠... 아니, 아저씨, 아줌마한테 꼭 고맙다고 전해줘.” 박정우가 미간을 구기고 박아윤을 잡아당겨 오며 목소리를 내리깔았다. “아윤아, 가게가 필요하면 내가 하나 구해줄게. 뭣 하러 임씨 가문에 손을 벌려?” “오빠, 제발 정신 좀 차려요. 저 집에서 공짜로 준다는데 안 받으면 손해잖아요. 게다가 임지효가 저렇게 배은망덕한데, 우리가 엄마, 아빠 속이라도 시원하게 해 드려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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