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더 많은 컨텐츠를 읽으려면 웹픽 앱을 여세요.

제14화

박아윤이 돌아서서 당당하게 임지효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까 가게를 공짜로 준다고 했잖아? 말만으로는 안 되지. 집문서는 어디 있어?” 임지효의 얼굴이 홧김에 붉게 달아올랐다. “박아윤, 너 정말...” 그 모습을 본 강민건이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지효야, 네 입으로 한 말이잖아. 설마 그냥 말장난한 거니?” 임지효는 분노가 꺾이고 얼굴에 경련을 일으킬 지경이었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애써 울화를 참았다. ‘그래, 참아야 해. 이런 사소한 일로 크게 번질 필요는 없어.’ “그럴 리가요. 당연히 진짜죠, 민건 오빠.” 그녀는 능숙하게 표정을 바꿨다. 박아윤은 감탄을 연발하며 그녀에게 여우주연상이라도 쥐여주고 싶었다. “아까는 그냥 언니랑 장난으로 그런 거예요.” 하지만 임지효가 교태를 부리면 부릴수록 강민건에게 불쾌감만 주었다. ‘귀요미는 이런 애가 아닌데...’ 박아윤이 그녀의 말에 덧붙였다. “장난은 이제 끝났으니 집문서 어디 있어? 얼른 내놔봐.” “...” 눈빛으로 사람을 먹어치울 수만 있다면 임지효는 지금 당장 박아윤을 아작냈을지도 모른다. “내가 집문서를 매일 들고 다닐 리도 없잖아. 이따가 집사더러 보내오라고 할게.” 박아윤의 얼굴에 장난기 가득한 미소가 번졌다. “그래? 그럼 잘 가. 운전 조심하고.” 오늘의 1등 공신은 다름 아닌 강민건이다. 박아윤은 은혜에 보답하는 사람인지라 강민건을 향해 윙크하며 다음번엔 40% 할인해주겠다고 손짓했다. 강민건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박아윤은 또다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그에게 감사를 표했다. “안녕히 가세요.” 임지효의 시선이 느껴지자 박아윤은 다시 한번 손을 흔들며 그녀를 자극했다. 임지효는 이를 박박 갈았다. 화를 내고 싶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머뭇거리는 사이, 강민건이 어느덧 차에 올랐다. 그녀는 황급히 따라가며 외쳤다. “오빠, 잠깐만요!” 하지만 강민건의 차는 이미 멀어져갔고 그녀에게 남은 건 배기가스뿐이었다. 이를 본 박아윤이 배를 끌어안고 웃었다. “하하, 오빠, 쟤 좀 봐요.” 임지효가 그녀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너무 나대지 마라, 박아윤!” 박정우 옆에 선 박아윤은 무시하듯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웃었다. 그녀의 당당한 모습에 임지효는 속에서 천불이 났다. 저녁 무렵, 박아윤은 은행 카드와 임지효가 보낸 가게 계약서를 손에 들고 흥얼거리며 집으로 돌아왔다. “우리 아윤이, 엄마랑 아빠랑 외출한 사이에 돈이라도 주웠어? 오후 내내 기분이 좋아 보이더니, 저녁엔 또 누가 뭘 갖다 주던데?” 점심때 박정우가 온 이후, 박창진과 유선영은 손님을 계속 맞이하느라 그동안 발생한 일을 전혀 알지 못했다. 유선영 역시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지효가 아윤이한테 무슨 말이라도 했어요? 그래서 얘가 정신이 좀 이상해진 건 아니고요?” “돈 주운 거 맞아요.” 박정우는 고급 맞춤 정장을 벗고 로고 없는 빈티지 티셔츠로 갈아입었다. “더 웃긴 건 그 돈주머니가 임지효였다는 거예요.” 박창진의 얼굴색이 순식간에 변했다. “아윤아, 돈 필요하면 아빠한테 말했어야지. 불법적인 일을 저지르면 절대 안 돼!” 박아윤은 마시던 물을 뿜을 뻔했다. “아빠, 오빠가 한 말 곧이곧대로 믿으시면 어떡해요? 다름이 아니라 오늘 임지효가 와서 우리한테 엄청난 선물을 줬어요. 이건 뭐 그냥 ‘별풍선 500만 개 쏜다’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박아윤은 전에 달인 약을 찻잔에 넣고 물을 타서 살짝 섞은 후 유선영에게 건넸다. “지효가 오늘 가게 찾아와서 엄마, 아빠가 키워주신 은혜에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돈도 주고 가게도 공짜로 줬어요. 위치도 엄청 좋더라고요. 선행은 언제나 아름다운 법이잖아요. 그래서 저도 고마운 마음을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박아윤은 책상 위에 놓인 은행 카드와 가게 계약서를 보며 저절로 미소가 번졌다. 오늘은 사실 강민건 덕분에 정말 큰 행운을 거머쥔 셈이었다. 박창진은 딸아이가 헤벌쭉 웃는 걸 보더니 박정우에게 슬쩍 다가와 나직이 속삭였다. “아윤이가 우리 집이 너무 가난하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래서 지효가 얼마 안 되는 돈을 줘도 저렇게까지 기뻐하는 거지?” 박정우는 아빠를 힐긋 쳐다봤다. “이게 다 엄마, 아빠의 ‘위대한’ 아이디어 때문이잖아요. 제가 볼 때 우리 아윤이는 애초에 허영심에 찬 아이가 아니에요.” “정반대로 현실적이고 성실한 아이 같네요.” 박서준이 어디선가 나타나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화에 툭 끼어들었다. “아빠, 형. 이제 그만 시험해요. 매일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걸 제쳐두고 아윤이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느라 너무 고생이잖아요. 전 정말 마음 아파 죽겠어요.” 가장 중요한 것은 박서준은 더 이상 겸손하게 지내고 싶지 않았다. 비싼 옷과 가방들은 대체 언제쯤 두를 수 있단 말인가? 또한 여동생 아윤이가 안쓰러운 것도 진심이었다. 전에 임지효는 박씨 가문에서 단 한 번도 박아윤만큼 고생하거나 힘든 적이 없었다. 박창진이 멋쩍게 목을 어루만졌다. “에헴. 이게 다 임지효 그 배은망덕한 년 때문에 나랑 너희 엄마가 경계심을 품게 된 거잖아. 괜히 아윤이가 무거운 짐을 짊어졌네. 우리 경계심이 지나치긴 했어!” 이때 불쑥 박아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준 오빠 왔네요?” 아빠와 두 아들 모두 화들짝 놀라서 뿔뿔이 흩어졌다. 박서준은 능글맞게 웃으며 그녀에게 인사했다. “그래, 금방 왔어. 오늘도 한 매출 했다며?” 그는 말하는 틈에 박아윤의 볼살을 꼬집었다. “우리 아윤이 정말 고생 많았네. 대단해, 진짜! 오빠가 응원 치레로 안아줄게, 이리와.” 박아윤은 완곡하게 거절하며 그의 어깨를 밀쳤다. “됐네요. 마음만 받을게요. 정우 오빠, 부탁이 하나 있는데 들어주실래요?” 박아윤은 항상 박정우한테만 나긋나긋한 말투로 말한다. 이에 박서준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왜 큰형한테만 저토록 친절한 걸까? 박서준이야말로 맨 처음 그녀에게 호의를 보인 사람인데. 줄곧 차가운 표정인 박정우가 금세 부드러운 눈빛으로 돌아왔다. “뭔데? 말해봐 봐.” “아빠도 필요해요.” 박아윤이 다시 박창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에 박창진은 우렁차게, 과장될 정도로 외쳤다. “아빠 여기 있어!” 세 남자 모두 얼굴을 붉혔다. 딸 앞에서는 정말이지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 새 가게가 생겼잖아요. 그런데 저... 장식은 전혀 몰라요. 정우 오빠는 공사 현장에서 일하니까 당연히 저보다 아는 게 많을 테고 여기 노점도 비울 순 없으니 당분간 아빠랑 정우 오빠가 대신 장식에 좀 신경 써 주실 수 있을까요?”

© Webfic, 판권 소유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