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화
임씨 가문 사람들이 쫓겨난 뒤, 남은 건 덜덜 떨고 있는 데이비드뿐이었다. 그는 당장이라도 땅속 구멍으로 숨어들어 앞으로 벌어질 끔찍한 일을 보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러나 호랑이 없는 굴에서 여우가 왕 노릇한 대가는 반드시 치러야 했다.
숨고 싶어도 숨을 수 없었다.
“박 대표님, 이 사람은 어떻게 처리할까요?”
안시후가 떨고 있는 데이비드를 가리키며 물었다.
박정우는 무심한 눈길로 그를 스쳐보기만 했는데도 데이비드는 숨이 막히는 듯 무너져 내렸다.
입을 열기도 전부터 무릎이 꺾일 듯 비틀거리며 연달아 용서를 빌었다.
“박, 박 대표님, 아윤 아가씨! 정말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귀신에 홀려 눈이 멀어 두 분을 알아보지 못하고 절대 해서는 안 될 말을 저질렀습니다. 어떤 벌이든 달게 받겠습니다. 제발 용서해 주십시오.”
박아윤은 그런 남자를 가장 혐오했다. 직책을 맡았다면 책임을 다해야 하는데 그는 권력을 이용해 온갖 악행을 일삼아왔다.
바로 이런 사람들 때문에 평범한 직장인들의 삶이 지옥으로 변하는 것이다.
특히 여성들이 겪었을 고통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박아윤은 이 호텔에서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데이비드에게 직권을 빌미로 성 상납을 강요당했을지 차마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다.
“벌을 달게 받겠다고요?”
박아윤은 차갑게 쏘아붙였다.
“우리 박씨 가문은 불법을 저지르는 일은 절대 하지 않아요. 하물며 당신 같은 사람에게 손을 대는 건 오히려 우리 손만 더럽히는 일이죠.”
데이비드는 목이 막힌 듯 간신히 물었다.
“네, 네. 아가씨 말씀이 옳습니다. 그럼 제가 어떻게 해야 잘못을 만회할 수 있을까요?”
박아윤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쳤다.
“지금 기회를 줄게요. 호텔에서 직권을 남용해 상처 준 모든 사람의 명단을 작성해 제출하세요.”
“저, 그건...”
“싫어?”
박정우의 서늘한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데이비드는 눈이 튀어나올 듯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너무 빠르게 흔드는 탓에 잔상마저 남았다.
“아니요, 아니요! 하겠습니다. 반드시 하겠습니다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