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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여기는 그야말로 노점상 천국이네요!” 박정우가 아침부터 미리 준비해둔 공사 현장에 도착하자 박아윤은 두 눈이 빛나며 연신 감탄했다. “무슨 뜻이야?” 박서준은 은근 불안감이 피어올랐다. 박아윤은 옆에 서서 허리에 손을 찌르고 한 바퀴 돌았다. “봐봐요. 여기 주변에 전부 공사 현장이잖아요. 얼핏 면적만 봐도 밥 먹는 인부가 수천 명은 될 텐데 인부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게 뭘까요?” 박정우가 답했다. “돈.” 박아윤은 잠시 할 말을 잃었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래도 사람은 일단 배부터 채워야죠. 한 끼만 걸러도 힘들어지잖아요. 일하려면 튼튼한 몸이 최우선이에요. 배불리 먹지도 못하는데 무슨 힘으로 돈을 벌겠어요? 종일 힘들게 일하다 보면 조금씩 허리가 아프고 다리가 쑤시고 온몸이 불편할 거예요. 저 나중에 낮에는 여기서 도시락을 팔고 나머지 시간에는 이곳에 노점을 차려서 혈액 순환을 돕는 연고나 팔아야겠어요. 그리고 경락마사지 서비스도 제공해드릴 거예요.” 박서준은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그는 목을 축이고 겨우 말을 이었다. “아윤아, 실은 우리 집...” “그래, 응원할게.” 박정우가 무심한 듯 흘겨보며 박서준을 입막음시켰다. “하지만 이건 굉장한 업무량이야. 도시락만 해도 절대 혼자 할 순 없을 텐데. 아윤이 너 혹시 더 구체적인 방안은 있는 거니?” 박아윤은 잠시 생각했다. “아빠 도움이 필요해요. 요즘 아빠가 해주신 밥을 몇 끼 먹은 게 다지만 요리 실력이 훌륭하다는 걸 확실히 느꼈어요. 우리 초기에는 너무 많은 양을 추구하지 말고 품질에 더 신경 써요. 일단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 장사가 안될까 봐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그때 가서 사람들을 더 고용할 수도 있고요.” 박정우의 눈에는 칭찬이 담겨 있었다. 그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박아윤은 역시 사업 감각이 아주 뛰어났고 아이디어든 전체적인 계획이든 꼼꼼하게 신경 쓰고 있었다. “나도 사직하고 너 도와줄게.” “네?” 박아윤과 박서준 모두 의아한 시선을 보냈다. 박아윤은 큰오빠가 이렇게까지 자신을 지지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고, 박서준은 이 일이 이렇게까지 크게 번질 줄을 몰랐다. 그들 일행의 추진력은 상당했다. 다음 날 바로 노점을 차렸으니까. 개점 첫날이라 대폭적인 지지가 필요했고 간만에 박유하까지 집 밖을 나왔다. “말했잖아요. 유하 오빠는 날 엄청 좋아한다니까요.” 박아윤은 달콤하게 웃으며 박유하를 바라보았다. “그렇죠, 오빠? 우리 사이 엄청 좋죠?” 박유하가 코웃음 치며 휠체어에 앉았다. 그의 눈가에 경멸과 조롱이 담겨 있었다. “두고 봐. 넌 오늘 된통 망신당할 거고 실패의 찐 맛을 보게 될 거야. 그 구경 하려고 나왔어 나.” “이런 망할 놈! 그 입 다물지 못할까!” 유선영은 박아윤이 준 약초를 발라서 그런지 확실히 전보다 시야가 확장된 듯했다. 그녀는 정확하게 박유하의 뒤통수를 한 대 때렸다. 박아윤은 웃으며 괜찮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그녀는 씩씩하게 팔을 걷어붙이고 자신의 얼굴보다 더 큰 국자를 들어 올렸다. “자 그럼 다들 준비됐나요?” “네, 준비됐어요!” 박창진이 감격에 겨운 눈길로 가장 크게 외쳤다. 도시락은 예상보다 훨씬 잘 팔렸고 거의 ‘완판’이라고 할 정도였다. “앞에 무슨 일이야?” 기사가 차를 세우자 강민건이 비스듬히 눈을 떴다. 앞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무언가를 사려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듯했다. “박씨 가문의 건설 회사는 대체 관리를 어떻게 하는 거야? 왜 이렇게 엉망진창이냐고?” 강민건이 시선을 옮겨 이름을 보더니 수개월 전 박씨 가문과 입찰 경쟁을 벌였던 일이 떠올랐다. 그때 아주 미세한 차이로 낙찰이 박씨 가문에 넘어갔었다. 그는 뭇사람들 속에서 익숙한 실루엣을 발견했다. ‘아니 저건 지난번에 돈을 똥 쳐다보듯 하던 그 어린 가정부잖아?’ 이번이 벌써 두 번째였다. 기사가 차에서 내려 사람들을 흩어지게 하려고 할 때, 백미러에 비친 강민건이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옆에 차 세워.” “저기 강씨 가문 그 녀석 아니야?” 박창진이 날카로운 눈길로 강민건을 쳐다보며 박정우한테 재차 확인했다. 이쪽 상황은 여전히 바쁘게 돌아가는 중이었다. 박창진은 박아윤을 흘긋 보며 아들에게 가까이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들키지 않게 조심해.” 강민건이 가까이 다가오자 상황이 점점 더 흥미로워졌다. 거만하고 특이한 ‘어린 가정부’뿐만 아니라 많은 익숙한 얼굴들이 한자리에 있었다. 그는 타고난 차가운 기운을 내뿜으며 2억에 달하는 맞춤 양복을 입고서 싸구려 의자에 걸터앉았다. “강 대표님? 아니 언제부터 이런 길거리 음식에 관심을 갖게 된 거죠?” 박정우가 먼저 강민건의 시선을 막아서며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강민건은 눈썹을 치키며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나야말로 묻고 싶네요. 하늘 높은 줄 모르는 박 대표님께서 어쩌다 이런 곳에서 도시락 장사나 하게 됐죠? 박 대표님을 쏙 빼닮은 저 여자아이 때문인 것 같군요.” 지난번에는 그저 어린 가정부인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강민건도 잠깐 착각할 때가 있었다. 박정우가 차가운 시선으로 돌변했다. “강민건 씨, 사업에서 졌다고 해서 다른 곳에서 존재감을 찾으려 하지 말아요. 내 동생한테 관심 끄라고요!” 강민건은 입꼬리를 씩 올렸다. “내가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어쩌다 한번 운 좋게 이겼다고 너무 들뜨신 것 같군요. 난 박정우 씨가 생각하는 것처럼 비열한 인간이 아니에요.” 그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리고 우리 경운시에서 가장 신비로운 박 대표님께 손댈 힘이 어디 있겠어요?” “어? 그 사고 낸 아저씨네.” 별안간 박아윤이 옆으로 몸을 돌리며 강민건을 보고 놀라서 외쳤다. 박정우가 정색하며 물었다. “둘이 아는 사이야?” “그렇죠.” 강민건이 말했다. 다만 박아윤은 망설임 없이 부정했다. “아니요.” 강민건은 웃음이 터졌다. “모르는데 왜 나를 아저씨라고 불러?” “아저씨처럼 보여서요.” 박아윤은 아빠가 특별히 사준 분홍색 소녀 감성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는데 그날 얼음처럼 차가웠던 모습과 엄청난 대비를 이루었다. 옆에서 듣고 있던 박정우가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한편 강민건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말발 좀 봐. 독설쟁이 박정우랑 똑같잖아.’ “오시는 분들은 모두 손님이니 여기 남은 도시락 할인해드릴게요. 2만 원만 주세요.” “...” 강민건은 막연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호구로 보여?” 그는 멀리 있는 가격표를 가리켰는데 [1인분 4천 원]이라고 보란 듯이 쓰여 있었다. 박아윤이 태연하게 말했다. “돈 없으면 그냥 가시던가요. 자리만 차지하지 말고. 아 참, 오빠, 두 사람 아는 사이에요?” 그녀는 그제야 이 질문이 떠올랐다. “몰라.” “응, 알아...” 박정우의 대답은 박아윤과 똑같았다. 강민건도 좀 전과 똑같이 대답하며 마치 비웃듯이 일부러 말끝을 흐렸다. 박아윤은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랑 네 오빠는...” “상하급 관계야!” 박정우가 당황해하더니 곧바로 강민건의 말을 잘랐다. “이분이 바로 우리 대표님이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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