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3화
말을 마치고 걸음을 옮겼다.
서민준에게 하는 말인 줄 알고 최지은은 따라가지 않고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아수라장이 된 예식장을 바라보며 마음 한구석이 씁쓸해졌다.
7년간의 연애가 이렇게 허무하게 끝났는데 아무렇지 않은 건 말이 안 되었다.
앞에서 걸어가던 남자가 우뚝 멈춰서더니 고개를 돌렸다.
단상 위 크리스털 장식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최지은을 발견하자 싸늘한 눈빛에 서늘한 기운이 스쳤다.
“왜? 한수혁이랑 결혼식을 못 치른 게 아쉬워?”
최지은은 예식장 입구에 서 있는 귀공자 같은 남자를 바라보았다. 이내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이 관계에서 난 최선을 다했어요. 후회할 사람이 있다면 그건 내가 아니죠.”
강도윤은 침묵으로 일관하더니 그녀의 차분한 눈동자를 응시하며 말했다.
“그런데 왜 안 가고 서 있어?”
최지은은 어리둥절했다.
“저요?”
강도윤은 말없이 자리를 지켰고, 굳이 대답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때, 서민준이 앞으로 나섰다.
“이따가 도성으로 돌아가시는 거죠? 저희도 오늘 비행기인데 같이 가요.”
최지은은 어안이 벙벙했다.
“제 스케줄은 어떻게 아신 거예요?”
서민준이 웃으며 말했다.
“최 대표님께서 아침 일찍 연락이 오셨거든요. 돌아가는 길에 동생 좀 잘 챙겨달라고 부탁하시더라고요.”
최지은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진짜 그렇게 얘기했어요?”
서민준도 굳이 감출 생각이 없었고 느긋하게 말했다.
“정확히는 최지은 씨가 가기 싫다고 하면 끌고서라도 데려오라고 하셨어요.”
‘그래, 이게 바로 언니 스타일이지.’
어릴 적부터 살아온 도시로 돌아가서 쌀쌀맞지만 은근슬쩍 그녀를 챙기던 언니를 다시 만나게 된다고 생각하니 최지은의 기분도 한결 나아졌다.
“가시죠.”
목소리는 살짝 들떠 있었고, 입구에서 기다리는 남자를 향해 빠르게 걸어갔다.
강도윤은 생기를 되찾은 여자의 얼굴을 묵묵히 바라보았다. 그녀가 가까이 다가와도 별다른 반응을 내비치지 않았다.
“짐은 두고 가게?”
최지은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어제 이미 다 정리해서 택배로 보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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