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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화

황태윤은 감히 강도윤의 눈을 마주칠 엄두조차 내지 못한 채 고개를 푹 숙였다. 강도윤도 시선을 돌리며 낮고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직접 처리하세요.” 황태윤은 어깨를 움찔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강 대표님.” 그때 서류를 정리하던 오하영이 최지은이 정리해 둔 노트를 집으려 손을 뻗자 최지은은 즉시 손을 들어 노트를 단단히 누르며 단호하게 말했다. “자기 게 아니면 손대지 마시죠.” 흠칫하던 오하영은 그제야 고개를 들어 최지은과 눈을 마주쳤다. 최지은은 아무런 표정도 없이 그녀를 바라보다가 탁자 위 자신의 물건을 하나씩 치웠다. 시선은 담담했지만 어딘가 차가운 기운이 서려 있었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어떻게든 좋아할 수가 없었다. 모든 서류를 정리한 뒤 오하영이 나가자 잠시 뒤 하연서가 새 자료를 들고 들어왔다. 이번에는 양이 아까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덕분에 검토도 훨씬 수월했고 복잡하게 얽혔던 머릿속도 조금은 정리되는 듯했다. 그때, 휴대전화 진동이 살짝 울렸다. 진 비서에게서 온 문자였다. [최지은 씨, 대표님께서 예정대로 검사를 잘 마치셨어요. 오늘 운이 정말 좋았어요. 우민지 교수님이 실험실에서 병원으로 복귀하셔서 대표님의 주치의가 되셨거든요. 그분이 계시니 이제 대표님 병은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아요.] 문자를 읽는 순간 최지은의 얼굴에 밝은 기색이 번졌다. 우민지는 국내 소화기내과에서 최고의 교수였다. 어젯밤 최지유의 병명을 들은 후 최지은은 관련 정보를 찾아보다가 교수의 이름을 기억해 두었었다. 우민지가 도성 출신이라는 것을 알고 운성으로 가기 전에 직접 찾아뵈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운 좋게 최지유가 그녀를 주치의로 맞이하게 되었다. 최지은은 조용히 미소 지었다. 불편했던 마음도, 복잡했던 생각도 조금은 가라앉았다. 그녀는 답장을 보낸 뒤 다시 서류를 살피기 시작했다. 정신이 팔려있던 사이 입구 쪽에서 부드럽고 온화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윤아, 아직 바빠?” 순간, 최지은의 손끝이 멈췄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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