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3화
최지유는 자리에서 일어나 최지은의 곁으로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 먼저 갈게.”
최지은은 언니 뒤에 서 있는 진경훈을 힐끔 보며 경계하는 눈빛을 보냈다.
“집에 도착하면 문자해.”
“응.”
짧게 대답한 최지유는 진경훈과 함께 와이너리를 빠져나갔다.
두 사람이 자리를 뜨는 순간, 이태오의 시선이 잠시 그녀의 뒷모습을 따라갔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그 미세한 흔들림을 주미현이 놓칠 리 없었다.
이내 사람들은 제비뽑기로 자리를 정했고 최지은의 자리는 주미현의 바로 앞이었다.
첫 번째 라운드는 시계 방향으로 질문을 주고받는 방식이라 곧 그녀가 주미현에게 질문을 던질 차례였다.
최지은은 머릿속에서 벌써부터 어떻게 하면 주미현의 가식적인 웃음을 단번에 깨부술지, 적당히 잔인한 질문을 굴리고 있었다.
게임이 시작되자 질문은 점점 수위를 높여갔다. 누군가는 전 애인의 이름을 물었고, 누군가는 전혀 답할 수 없는 사적인 이야기를 꺼냈다.
최지은은 ‘내 차례가 되면 제대로 한 방 먹여야지’ 하는 생각뿐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바로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그녀에게 질문을 던졌다. 강도윤이었다.
그 순간, 최지은은 머릿속이 하얘졌다. 어릴 적 짝사랑했던 사람과 눈이 마주친 듯 그녀는 가슴이 쿵쿵거렸으며 숨이 막히고 손이 떨렸다.
“너, 나 좋아하지?”
그 질문에 순간 공기가 멈추는 듯했다.
“저...”
최지은은 반사적으로 부정하려다가 이미 ‘저’라는 단어를 내뱉었으니 그건 곧 대답이었다.
그녀는 1초 이상 주저했고 게임 규칙상 망설이는 것은 곧 패배였다.
주변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강 대표님, 그 질문은 반칙이죠!”
“그러니까요, 그런 얼굴로 그런 질문을 하면 누가 대답 안 하겠어요?”
“내가 대신 대답해 줄게요. 좋아해요.”
최지은은 속으로 울고 싶었다.
‘아니, 이런 반칙이 어딨어...’
바로 옆에서 웃고 있는 강도윤의 잘생긴 얼굴이 괜히 더 얄미웠다.
심지어 그는 아무 말 없이 미소만 지으며 잔을 채우더니, 술잔을 그녀의 앞으로 밀어놨다.
“마셔야지.”
최지은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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