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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화

최지은은 거실로 돌아와 소파에 앉았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강도윤에게 농락당했던 분노가 조금은 씻겨 내려간 듯, 마치 큰 원수를 갚은 기분이었다. 그녀는 기분 좋게 소파에 앉아 집 안의 인테리어와 장식들을 천천히 감상했다. 지난번에 왔을 때는 너무 긴장한 탓에 집안 구석구석을 살펴볼 여유조차 없었다. 그제야 눈에 들어온 건 한쪽 벽을 가득 채운 게임 굿즈 진열장이었다. 시선이 저절로 끌리던 그녀는 무심코 걸음을 옮겨 다가갔다. 그리고 그곳의 한 모서리에서, 자신이 예전에 직접 투고했던 게임 스킨 피규어를 발견했다. 그 당시 그녀가 투고한 게임 스킨은 공식적으로 채택되지 않았다. 여러 가지 사정이 겹쳐 회사 측의 연락도 놓쳤고 결국 다른 사람의 도안이 사용되었다. 다만 나중에 회사는 상징적으로 몇 가지 사은품을 보내오긴 했다. 되돌아보니 벌써 십 년 전의 일이었다. 그 무렵 최지은의 어머니는 최동해와 이혼하고 그녀를 데리고 운성으로 돌아왔을 때였다. 최지은에게 운성은 낯설고 어색한 곳이었고 그 시절 그녀는 그저 게임에 파묻혀 살았다. 그 게임은 인생에서 가장 지루하고 괴로운 시간을 버틸 수 있게 해준 유일한 동반자였다. 만약 지금 이 피규어를 보지 못했다면 자신이 예전에 게임 스킨을 투고한 기억조차 까맣게 잊고 있었을 것이다. 최지은은 장식장에서 조심스럽게 피규어를 꺼내 손에 올려보았다. 놀랍게도 피규어는 당시 그녀의 도안을 거의 1:1로 재현해 만들어져 있었다. 심지어 자신이 기억하는 아주 작은 디테일까지도 충실히 반영돼 있었다. 그 디자인에는 열여섯, 열일곱 살 시절, 천진난만하면서도 화려하고 유치했던 그녀의 생각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마침 옷차림을 정돈한 강도윤이 옷방에서 나왔다. 최지은은 피규어를 들고 반짝이는 눈빛으로 물었다. “이거 어떻게 구하신 거예요?” 강도윤은 그녀의 손에 들린 피규어를 흘긋 바라보고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기억 안 나요.” 짧은 대답에 최지은은 살짝 실망했다. 강도윤은 곧 시선을 거두고 손목의 셔츠 단추를 채우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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