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3화

“강 대표님, 안심하세요. 혁운 그룹과 손잡으신 이상 결코 실망하실 일은 없을 겁니다.” 한수혁이 정중하게 말했지만 강도윤은 그를 한 번 힐끗 바라볼 뿐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골목 바깥으로 걸어 나갔다. 서민준은 차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강도윤이 나오자 서둘러 내려와 뒷좌석 문을 열어주었다. 한수혁도 끝까지 배웅하려는 듯 따라가다가 자기 차가 강도윤의 차를 막고 있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는 미간을 좁혔다. “강 대표님, 아까 말씀하신 건...” 강도윤은 태연한 얼굴로 답했다. “보아하니 앞을 가로막고 있던 차는 한 대표님 차가 아니었나 보군요. 잘못 본 것 같습니다.” 서민준은 눈썹을 슬쩍 치켜세웠다. ‘줄곧 차 안에 앉아 있었는데 애초에 뭐가 앞을 막고 있었다는 거야?’ 한수혁은 차마 더 캐묻지 못하고 억지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강도윤은 한치의 미안한 기색 없이 몸을 숙여 차에 올랐다. 한수혁은 차가 떠나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다가 고개를 돌려 다시 최지은의 집 쪽으로 향했다. 강도윤은 결코 남에게 따뜻함을 베푸는 성격이 아니었다. 한수혁은 그런 강도윤이 최지은을 대할 때만큼은 묘하게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수혁은 이를 악물고 단독주택으로 다가가 문을 두드렸다. “지은아, 문 열어.” 한편 세안 중이던 최지은은 밖에서 들려오는 인기척을 느끼고 담담히 핸드폰을 들어 옆집 안미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주머니, 도와주세요.” 말이 끝나자마자 수화기 너머로 거친 욕설이 터져 나왔다. “그 파렴치한 자식 또 왔어?” 최지은은 나지막이 그렇다고 답했다. 안미진은 즉시 가슴을 탕탕 치며 호언장담했다. “걱정하지 마. 내가 당장 쫓아낼 테니까.” 최지은이 전부터 외할머니의 텃밭을 아무 대가도 받지 않고 빌려주겠다고 약속한 터라 안미진은 요즘 그녀에게 더없이 살갑게 굴었다. 고맙다는 말을 전하자 안미진은 얼른 전화를 끊었다. 한시라도 빨리 나가서 한수혁을 처리하고 싶은 기세였다. 입꼬리를 살짝 올린 최지은은 한수혁과 입씨름할 생각도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