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4화
서현성은 젊은 시절 칼끝 위에서 피를 묻히며 살아온 사나이였다.
그의 날카로운 시선이 바닥에 나동그라진 자들을 스쳐 지나가자 공기는 숨 막히도록 고요해졌다.
바늘 하나 떨어져도 소리가 들릴 듯한 정적 속에서 그가 데려온 사람들이 곧 남자들을 인계받았다.
최지은은 강도윤을 데리고 방을 나섰고 서민준은 뒤따라 나오며 세심하게도 서현성을위해 방문을 닫아 주었다.
문밖으로 나오자 최지은은 크게 숨을 내쉬며 긴장을 풀었다.
강도윤은 그녀 옆에 서서 창백해진 얼굴을 내려다보며 의미심장한 웃음을 담은 목소리로 물었다.
“이미 준비해 둔 거였어요?”
최지은은 입술을 꼭 다물었다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답했다.
“네, 삼중 보험이었어요.”
최지은은 강도윤에게 연락하기 전 이미 서현성에게 먼저 연락해 두었다.
비록 진성준의 아내와는 만난 적이 있었지만 서현성과는 인연이 없었다.
성격이 괴팍하다는 소문도 있었고 3년이나 지난 일을 여전히 따질지 확신할 수 없었다.
딸을 목숨처럼 아끼는 그에게 상처를 다시 들춰내는 건 소금 뿌리기나 다름없었고 게다가 이번 일의 배후가 진성준이라는 것도 부담이었지만 그럼에도 최지은은 서현성을 첫 번째 보험으로 삼았다.
두 번째는 소유정이었다.
최지은은 자신이 협박을 당해 신림 호텔로 나오라는 전갈을 받았다는 사실을 미리 알려 두고 혹시 연락이 끊기면 즉시 경찰에 신고해 달라 부탁했다.
세 번째는 바로 눈앞의 이 남자, 강도윤이었다.
사실 가장 불확실한 보험이었지만 그는 예상과 달리 가장 먼저 달려와 주었다.
그리고 이미 호텔 안에 사람을 배치해 그녀가 일말의 치욕이라도 당하지 않도록 막아 주었다.
최지은은 결코 자신을 위험에 빠뜨리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혹여 상대가 정말로 혁운 그룹의 치명적인 증거를 쥐고 있다면 강도윤의 지분은 휴지 조각에 불과해지고 그녀는 사기꾼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때면 그는 분명 과거처럼 최현 그룹을 향해 가차 없는 보복을 퍼부을 것이고 최현 그룹은 더 이상 충격을 버틸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반드시 진위를 확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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