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화
신유리는 심명준의 손을 가볍게 떼어 내고, 벌겋게 달아오른 손목을 문질렀다. 그리고 눈을 들어, 또박또박 말했다.
“심 대표님, 기억 안 나세요? 1년 전, 심 대표님이 직접 신유리를 버렸어요. 병원 복도에서 무릎 꿇게 해서 사람들 구경거리로 만들었고, 납치범들 앞에서도 또 바로 버렸죠. 그런데 이제 와서 제 앞에서 다정한 척하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요?”
신유리는 구연우의 팔짱을 끼고 등을 돌렸다.
심명준은 그 자리에 굳어 선 채, 신유리가 구연우와 함께 환우 테크의 안준혁 대표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방금의 소란 때문에 시선이 모두 쏠린 탓에, 안준혁의 눈빛에는 노골적인 불쾌감이 어려 있었다.
구연우가 태연하게 계약서를 꺼냈다.
“안 대표님, 제 약혼녀 유리아입니다. 구현 아트 재단 총괄이기도 하고요. 오늘 서명식 때문에 워싱턴에서 일부러 날아왔습니다.”
심명준이 급히 한 걸음 다가섰다.
“안 대표님, 협업 조건은 저희가 더 양보할 수 있습니다. 이윤을 더...”
“심 대표님.”
안준혁이 손을 들어 심명준의 말을 끊었다. 목소리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사적인 감정 하나도 제대로 정리 못 하는 사람이 중대한 프로젝트를 책임질 수 있을지, 저는 솔직히 신뢰하기 어렵습니다.”
안준혁의 시선이 심명준의 술자국이 묻은 슈트 자락을 훑었다.
“오늘 같은 자리에서 이런 실수는 더더욱 하지 말아야 했죠.”
그 순간, 신유리는 구연우와 짧게 눈빛을 맞췄다. 마치 서로 같은 대답을 확인하듯 신유리는 주변 사람들이 다 들을 만큼, 딱 알맞은 말투로 말했다.
“맞습니다. 안 대표님, 사업은 곧 전쟁이니까요. 감정 관리는 정말 중요하죠. 구현 그룹은 늘 전문성과 냉정함을 기반으로 움직입니다.”
안준혁이 고개를 연달아 끄덕이더니 펜을 받아 들고 서류에 사인을 남겼다.
“구 대표님, 협업 기대하겠습니다.”
심명준은 3달을 갈아 넣어 준비했던 계약서가, 눈앞에서 단숨에 체결되는 걸 지켜봐야 했다.
‘유리가 오늘 일부러 약혼자라는 신분으로 등장한 이유가 바로 이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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