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화
서명식에서의 정면충돌은 구현 그룹과 심성 그룹의 전면전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다.
신유리는 사무실로 돌아오자 눈빛부터 달라져 있었다.
차갑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비서를 보며 말했다.
“전 부서에 공지해. 30분 뒤 회의한다고.”
회의실.
신유리는 기획서를 탁 하고 책상 위에 내려쳤다.
“오늘부터 심성 그룹이 예술 분야에서는 한 발짝도 제대로 못 움직이게 할 겁니다.”
그 말에 부하 직원들이 서로 눈치를 보았다. 마케팅팀 팀장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총괄님, 이런 전략이면 단기적으로 우리도 손실이 큽니다.”
“손실이라고요?”
신유리가 코웃음을 쳤다.
“심성 그룹의 숨통을 확실히 끊어 놓으면, 우리가 감수한 손실은 열 배, 백 배로 돌아와요.”
그 순간 신유리의 머릿속에, 이명자 아줌마를 볼모처럼 쥐고 흔들던 심명준의 냉혹한 표정이 스쳤다. 허지연의 거짓말도 아무 의심 없이 믿던, 그 의심 가득한 눈빛도 겹쳤다.
신유리에게 있어서 그야말로 평생 지워지지 않을 상처였다. 신유리는 그 굴욕의 대가를 하나하나 직접 받아낼 것이다.
첫 달, 심성 그룹은 핵심 프로젝트 세 건을 잃었다. 신유리는 직접 파리로 날아가, 심명준이 수년간 공들여 붙잡아 둔 작가를 두 배의 금액으로 계약했다. 센 강변에서 와인을 들고 에펠탑을 바라보다가, 오래전 그곳에서 심명준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유리야, 널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여자 만들어 줄게.”
둘째 달, 심성 갤러리의 핵심 작가들이 줄줄이 이탈했다. 기자회견장에서 신유리는 우아하게 웃으며 인터뷰를 받았다. 플래시가 쏟아지는 가운데, 신유리는 속으로만 차갑게 비웃었다.
‘심명준, 너도 이런 절망을 제대로 느껴봐.’
하지만 신유리가 숨 돌릴 틈 없이 압박을 이어가자, 구현 그룹 내부에서 반발이 터져 나왔다.
“저건 사적인 감정풀이 아니야?”
“여자 하나 때문에 그룹을 끌어들이다니... 말도 안 돼!”
그 말들이 신유리 귀에 들어왔을 때, 신유리는 심성 그룹의 주가 보고서를 보고 있었다. 화면 속 하락 곡선을 보며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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