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9화
박은영이 고개를 들어보니 벤틀리에서 기사가 내렸다. 그는 공손하게 인사하고는 뒷좌석 문을 열어주었다.
그녀는 오늘 밸런타인데이라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다. 유태진은 잔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서 이금희의 말대로 행동할 것이다.
단둘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으니 반지에 관한 얘기를 나누고 싶었다.
“알겠어요.”
“여기에서 기다릴게.”
유태진이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박은영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차에 올라타고는 두 눈을 감았다.
얼마 후, 그녀가 도착한 곳은 야외 테라스가 있는 레스토랑이었다.
결혼생활 내내 유태진은 그녀와 같이 근사한 곳에서 밸런타인데이를 보낸 적이 없었다.
이금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런 곳에서 오붓한 시간을 보내게 된 것이 우스웠다.
박은영은 유태진이 끝까지 남아있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레스토랑 매니저가 그녀를 데리고 테라스로 향했다.
오늘 유태진은 회색 정장 차림을 하고 있었다. 외투를 벗어서 곁에 두었고 몸에 달라붙는 정장 조끼는 그의 단단한 몸을 부각해 주었다.
유태진이 가만히 앉아 있어도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박은영이 앉아야 할 자리 옆에 빨간색 장미꽃다발이 놓여 있었다.
유태진이 고개를 들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때? 마음에 들어?”
박은영은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유태진은 그동안 그녀에게 꽃다발을 선물하거나 부부 사이에 흔히 있을 만한 이벤트를 준비한 적이 없었다.
예전의 박은영은 매번 기대했다가 실망하니 더 이상 기대하게 되지 않았다.
“고마워요.”
박은영은 유태진의 맞은편에 앉으면서 덤덤하게 말했다. 이런 품종의 장미꽃은 특별히 주문하지 않은 이상 바로 구매하기 어려웠다.
‘유태진은 어떻게 이 꽃을 알고 사 온 걸까? 누가 봐도 그 여자...’
그는 박은영의 표정이 점점 굳어지는 걸 보고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
유태진은 고개를 돌려 직원을 향해 말했다.
“주문한 음식을 가져다주세요.”
이금희는 두 사람을 위해 레스토랑을 통째로 빌렸기에 다른 손님은 없었다.
예쁘게 장식한 조명 불빛이 그들을 비추었고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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