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1화
유태진도 이 말에 반박하지 않았지만 박은영의 미묘한 변화를 눈치챘다.
그는 거리를 조금 두고 박은영을 똑바로 바라보며 그녀의 모든 표정의 진실성을 관찰했다.
하지만 조용한 분위기를 깨고 그의 전화가 울렸다.
회사에서 걸려 온 전화였다.
그는 전화를 받으려다가 이내 동작을 멈추고 박은영을 바라보며 물었다.
“전화 좀 받아도 될까?”
마치 박은영의 동의를 구하는 듯했다.
박은영은 그의 태도를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순간 이마에 식은땀이 배일 정도로 복통이 거세게 밀려왔다.
참기 힘들었던 그녀는 거의 쓰러지기 직전이었다.
어둑한 불빛 아래, 입술이 점점 더 하얗게 변한 그녀는 호흡이 불안정해진 채 고개를 끄덕였다.
유태진이 몸을 돌려 전화를 받자 전화기 너머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 대표님, 서연주 씨가 오늘 데이터를 조정했는데 테스트가 잘 안 돼요. 지금까지도 퇴근을 안 하고 종일 밥도 안 드셨어요. 오늘 이걸 끝내지 않으면 집에 안 갈 것 같은데...”
유태진은 그제야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그 뒤에서 박은영은 이미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녀는 입구 쪽에 있는 가방에 다가가 그 안의 약을 꺼낼 기운조차 없어 힘겹게 몸을 움직이며 말했다.
“유 대표님.”
유태진은 누구와 통화하는지 몰라도 매우 심각해 보였는데 그녀의 부름을 아예 듣지 못했다.
박은영은 자신의 몸을 걸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겨우 몸을 일으켜 유태진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하지만 그녀가 막 그에게 닿는 순간, 유태진은 전화를 끊고 갑자기 몸을 돌려 소파에 놓인 외투를 움켜쥐었다.
그의 모든 동작은 너무나도 빠르게 이루어졌고, 박은영의 손은 그가 외투를 집는 과정에서 힘껏 쳐내려 졌다.
그는 박은영의 상태를 전혀 의식하지 않은 채 급히 밖으로 나가며 말했다.
“급한 일이 생겼어. 넌 쉬고 있어. 날 기다리지 말고.”
문이 열렸다 닫혔다.
뒤로 밀려난 박은영은 몸을 휘청거리며 문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때 유태진의 모습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그는 정말 급하게 떠났다.
박은영의 새하얗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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