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4화
그의 눈빛은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차갑고 엄숙했다.
그 순간, 박은영의 머릿속에 명확한 추측이 스쳐 지나갔다.
허윤정도 이 병원에 있을 것이다.
게다가 이곳은 간 기증자 등록 구역인데 서연주 그들이 이곳에 왔다는 것은...
서연주는 박은영을 흘끗 쳐다보더니 등록하러 갔고, 박은영은 그쪽 직원이 순번 정보와 시간을 말하는 것을 정확히 들었다.
확실히 외삼촌의 순번이었고, 허윤정이 정말 순번을 빼앗았다.
호흡이 거칠어진 그녀는 몸을 돌려 성큼성큼 그들을 향해 걸어갔다.
“유태진 씨, 이 순번은 원래 우리 외삼촌 것이었어요.”
박은영은 최대한 침착하게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유태진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유태진은 시선을 내려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눈에는 감정의 동요가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
그가 채 말을 꺼내기도 전에 서연주가 입술을 깨물고 말했다.
“여기는 병원이지 시장이 아니에요. 누가 말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라고요. 모든 것은 병원 통보를 우선으로 해야죠.”
“통보라고요?”
“엄마가 며칠 전에야 입원했으면서 어떻게 제 삼촌보다 먼저 수술 순번을 따낸 거죠? 유태진 씨만 없었으면 서연주 씨가 나한테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겠어요?”
서연주의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박은영이 감히 무슨 배짱으로 이런 말을 하는 거지?’
박은영은 서연주가 쥐고 있는 병리 보고서를 흘끗 내려다보았다.
[간경화.]
허윤정 병명은 간경화였고, 오랜 기간 과도한 음주가 원인이었는데 현재로서는 생명에 지장이 없는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말기 간암으로 죽어가는 그녀의 삼촌과 생명의 줄다리기를 하고 있었다니.
“박은영 씨, 감정적으로 나오지 말아요. 그렇게 해서 해결되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서연주는 턱을 살짝 들며 불만 가득한 눈빛을 보냈다.
흠칫하던 그녀는 박은영 쪽으로 다가갔다.
“규칙은 규칙이에요. 어떤 과정을 거쳤든, 결과적으로 제 어머니가 병원 시스템상 당신 삼촌보다 순위가 앞서 있어요. 억지 부리지 말아 주세요.”
박은영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
서연주가 그녀에게 ‘설명’ 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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