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5화
박은영은 유태진과 시선을 마주쳤다.
냉담하고 어두운 그의 눈빛은 마치 그녀의 확답을 기다리고 있는 듯싶었다.
박은영은 사실 유태진의 태도에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그녀의 오늘 행동은 유태진의 역린을 건드린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두 달 전에 이혼 합의서에 서명했는데 이제 드디어 그에게 구체적인 절차를 진행할 시간을 받게 되었다.
그는 서연주를 위해서 그토록 깔끔하게 그녀와 선을 그으며 더는 서로의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로 했다.
“네, 좋아요.”
박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진작 갔어야 했다. 구청에만 가면 모든 것이 확정된다.
오늘은 토요일이라 구청은 문을 열지 않는다.
그렇지 않다면 유태진은 분명 당장 달려가 해결하려 할 것이다.
유태진은 그녀의 평온한 모습을 비웃는 것 같았다.
“좋아. 늦지 마.”
한참이 흐른 후 유태진이 입을 열었다.
“간 이식 순번에 대해서는...”
“순번은 양보하지 않을 거예요. 유 대표님은 전지전능하시니 다른 방법을 생각해 내시겠죠.”
이것이야말로 박은영이 걱정하는 문제였다.
그가 구청에 가서 이혼 절차를 밟는 것에 동의했으니 이제는 그녀의 체면을 봐주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박은영은 자기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지만 꿋꿋이 그를 똑바로 바라봤다.
고집이 센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유태진은 한참 동안 침묵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알았어. 간 이식 수술 권한을 너에게 줄게. 이 문제로 더는 걱정하지 않아도 돼.”
순간 박은영은 진심으로 놀랐다.
‘유태진의 앞에서 서연주를 때렸는데 어떻게 수술 순위를 다시 돌려준다는 거지?’
서연주의 태도로 보아 분명히 절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유태진은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고 아무 일도 없듯이 몸을 돌려 성큼성큼 자리를 떠났다.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박은영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유태진의 의도를 도무지 알 수 없었지만 구청에서 만날 시간이 정해졌으니 그녀는 이제 다른 문제들엔 관심이 없었다.
모두 중요하지 않았다.
그녀는 깊게 한숨을 내쉬고는 비웃는 듯한 미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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