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1화
그 순간, 박은영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 호텔은 로열 그룹 산하의 호텔로 이효정이 일괄 관리하는 곳이었다.
로열 그룹의 실세인 유태진 또한 어느 정도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유태진이 사람을 시켜 꽃을 보낸 걸까?’
하지만 그들은 이혼 신청을 할 예정인 부부로 헤어질 직전에 이런 꽃을 보내는 건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무슨 일이예요?”
문 앞에 서서 담담한 목소리로 한마디 물은 박은영은 유태진을 안으로 초대할 생각이 없었다.
꽃다발에 대한 질문도 하지 않았다.
유태진은 박은영의 냉정한 표정을 잠시 바라보다가 말을 꺼냈다.
“할머니께서 전화했어.”
단 한 마디에 박은영은 즉시 그의 뜻을 이해했다.
아마도 할머니께서는 마음이 놓이지 않아 유태진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이 무슨 날인지, 혹시 진짜 그녀와 함께 있는지 등을 확인했을 것이다.
“적당히 넘겨요.”
박은영의 평온한 한마디에 유태진이 호텔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할머니께서 우리가 상강에 있다는 걸 아셔, 잠시 후 영상 통화하자고 하셨어.”
잠시 고민하던 박은영은 결국 승낙했다.
“그래요.”
1년간 비밀로 하겠다고 한 이상 굳이 유태진이 말하지 않아도 지킬 건 지킬 생각이었다.
박은영이 방 안으로 들어가자 유태진도 따라 들어왔다.
방 구조를 둘러보던 유태진은 소파 근처에 눈에 띄게 방치된 꽃다발을 발견했다.
하지만 가볍게 스쳐 지나갈 뿐 꽃에 관한 이야기는 일절 꺼내지 않았고 박은영의 생일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박은영은 유태진이 테이블 근처로 오자 썼던 원고와 노트북을 얼른 정리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유태진에게 분명 경계심이 있었다.
유태진도 박은영의 의사를 존중하는 듯 그녀가 정리할 동안 멀찍이 서서 기다렸다.
정리를 마치자 의미심장한 얼굴로 눈썹을 치켜올렸다.
“내가 보면 안 되는 거라도 있어?”
돌아선 박은영은 농담 같기도 장난 같기도 한 유태진의 말에 무언가 숨은 뜻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태진이 다시 무심하게 말을 이었다.
“앉아도 돼?”
박은영은 그제야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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