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8화
박은영은 자신의 손목을 잡은 손에 힘이 강해진 것을 느꼈다. 비록 유태진의 어조는 여전히 담담하고 농담하는 듯했지만 이런 상황이 싫은 박은영은 아까보다 더 격렬하게 반응하며 손을 확 떨쳐냈다.
피부에 남아 있던 그 사람의 뜨거운 체온도 서서히 사라졌다.
안대를 벗어 던진 박은영은 바로 앞에 선 남자의 깊고 차가운 눈동자와 마주쳤다.
“이거 우리가 늘 외부에 보여줬던 모습이잖아.”
박은영은 최대한 예의를 지키기 위해 마음속의 불편함을 억누르고 말했다.
“유 대표님, 우리 둘은 케미가 안 맞아요. 이 게임은 여기서 끝내죠.”
그러고는 유태진의 표정도 확인하지 않고 바로 밖으로 걸어 나갔다.
유태진이 던진 질문에 박은영은 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그들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마주칠 때마다 유태진은 항상 무시하거나 모르는 척, 완전히 낯선 사람처럼 행동하며 철저히 그녀와 거리를 둬왔다.
그런 그가 이제 와서 되묻는다고?
게다가 그들이 체결한 협약도 결국 같은 내용이지 않았던가?
유태진은 박은영의 뒷모습을 조용히 바라보았지만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그러고는 서연주 쪽으로 돌아갔다.
박은영을 주시하고 있던 배서훈은 유태진과 실랑이를 하는 모습을 발견하곤 잠시 고민에 빠진 듯 고개를 아래로 숙이고 있다가 뭔가 결심이 선 듯 박은영 쪽으로 걸어갔다.
아직 박은영의 연락처를 물어보지 못했지만 직접 가서 달라고 하면 박은영이 불편함이나 거부감을 느끼지는 않을지 걱정되었다.
평소라면 이런 신중한 태도를 보이지 않을 배서훈이였지만 이번만은 예외였다.
고민하던 중, 중요한 전화가 걸려왔다.
금방 자리에 앉은 박은영을 바라보다가 가늘고 아름다운 눈꼬리를 살짝 치켜올리며 일단 전화부터 받기로 했다.
한편 박은영이 자리로 돌아오자 하수혁이 물었다.
“유태진이 뭐라고 했어? 스카우트 제안이라도 했어?”
눈빛이 차가워진 박은영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런 말을 왜 하겠어요.”
당연한 일, 유태진은 무슨 일을 해도 설명하지 않았다.
누군가의 등에 칼을 꽂아도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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