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9화
“아이를 안 낳는 거야, 아니면 못 낳는 거야? 안 낳는 건가?”
주도영은 여전히 미소를 유지한 채 점점 더 조롱 섞인 어조로 말했다.
누가 봐도 그저 오빠가 여동생을 놀리는 장난스러운 말로 보일 뿐이었다.
유태진이 박은영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주도영은 알고 있었다.
그러니 당연히 박은영이 임신하거나 아이를 낳길 바라지도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그 허울뿐인 결혼을 지키고 있는 박은영이 그저 가소롭게 느껴졌다.
박은영은 그제야 안색이 약간 변했다.
박은영의 신체적 문제, 즉 앞으로 아이를 가질 가능성이 극히 낮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던 주도영이었기에 공개적인 장소에서 이런 질문을 던졌던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단순히 관심에서 비롯된 ‘출산 권유’로 보일지 몰라도 박은영에게는 공개적으로 상처를 건드리는 것과 다름없었다.
한편으로는 무시당하고 혐오 받는 결혼생활, 다른 한편으로는 생명과 출산의 권리를 박탈당한 고통, 박은영은 주도영이 일부러 그러는 것임을 알았다.
하지만 이것은 박은영의 사적인 일이었기에 그녀는 주도영과 말다툼을 벌일 흥미 따위 없었다.
게다가 이 주제는 예민했다.
유태진과 이혼 관련 문제가 얽혀 있었기에 직접 언급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박은영의 얼굴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
“주 대표님, 걱정해 줘서 고맙네요.”
‘주 대표님’이라는 호칭에 눈빛이 흐려진 주도영은 무의식적으로 눈살을 찌푸렸다.
하수혁이 재빨리 박은영을 뒤로 당기며 가식적인 미소를 지었다.
“은영이는 일에 대한 열정이 많아요. 더 큰 무대가 있는데 단순히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만이 가치가 있는 건 아니잖아요? 결혼과 가정에 구속받지 않는 것이 오히려 좋은 일 아닐까요?”
주도영이 눈을 가늘게 뜨며 대답했다.
“하 대표님 말이 일리가 있군요.”
주도영의 말을 들은 유태진은 긴 속눈썹을 살짝 떨었지만 박은영의 표정을 보려 하지도 않았다. 맑고 차가운 눈에는 아무런 동요도 없었고 얼굴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미세하게 몸을 돌린 서연주는 그제야 시선을 돌려 박은영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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