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화
김정한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하늘의 말속에 숨은 뜻을 그도 어느 정도 동의하고 있었다.
정하늘은 유태진을 보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내 생각에는 박은영이 서연주와 경쟁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아. 서연주가 드론에 관심을 보이니까 겉으로만 그런 척하고 서연주가 하수혁한테 관심을 보이니까 비전 기업에 입사한 거지. 아무튼 목적은 너의 관심을 끌려는 거야.”
그는 여자들의 수단에 대해 꽤 잘 안다고 자부했다. 사랑받지 못하는 여자는 늘 안달복달하고 억지를 부리는 법이었다.
유태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때 휴대폰이 울렸는데 이금희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걸어 나갔다.
“왜 아직도 안 주무세요?”
이금희가 싸늘하게 말했다.
“그럼 넌? 은영이랑 같이 안 있어?”
유태진은 어이가 없었다.
“일이 바빠서요.”
“거짓말하지 마. 네가 요즘 누구랑 가까이 지내는지 내가 모를 것 같아? 너 제정신이야?”
이금희는 화가 치밀어 올라 목청을 높였다. 유태진이 고개를 들고 그녀에게 물었다.
“누구한테서 들었어요?”
“정말 그런 일이 있었어?”
이금희가 한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유태진, 은영이 얼마나 착한 아이인데. 어떻게 은영이 마음을 아프게 할 수 있어? 벼락 맞을까 두렵지도 않아?”
그러자 유태진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그렇게 심각한가요?”
그의 건성건성한 태도에 이금희는 더욱 화가 났다.
“내가 화병으로 죽는 걸 보고 싶어? 내일 당장 은영이랑 집에 와. 이건 명령이지, 너랑 상의하는 게 아니야.”
이금희가 성을 내면서 전화를 끊었다.
유태진은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잠깐 서 있다가 박은영의 카톡 대화창을 열었다. 하지만 이내 꺼버리고 직접 전화를 걸었다.
이미 11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막 잠이 든 박은영은 전화 소리에 깨고 말았다.
그녀가 늘 규칙적인 수면을 취하고 거의 밤을 새우지 않는다는 걸 유태진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박은영은 성격이 좋아서 그의 어떤 요구에도 화를 내거나 거절하지 않았다.
설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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