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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3화

하태민은 이들이 박은영을 대하는 태도 때문에 화가 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이 학교의 공정성과 한 사람의 노력을 가볍게 여기는 태도, 가볍게 던진 한마디로 모든 것을 부정하는 모습이 화를 돋운 것이다. 서연주의 얼굴색은 더욱 어두워졌다. 그녀는 오늘 이 일로 하 교수의 불쾌감을 크게 샀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교수님, 그날 이미 은영 씨의 점수를 알고 계셨다면, 그럼..." 서연주는 마음을 가다듬고, 숨을 고른 뒤 물었다. 하태민은 그녀를 바라보며, 그가 분명한 답변을 원한다는 걸 알아챘다. "내가 왜 바로 사실을 말하지 않았는지 묻고 싶은 거예요?" 서연주는 입술을 깨물었다. 지금 이 순간, 그녀 역시 답이 필요했다. 그녀는 원래부터 지는 걸 두려워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세상엔 자기보다 뛰어난 사람이 있다는 걸 당연히 인정했다. 하지만 왜 박은영의 성적을 바로 말해주지 않았을까? 왜 오늘 이 순간까지 기다렸을까? 만약 그때 바로 알려줬다면, 그녀는 오늘 이렇게 체면을 구길 필요가 없었을 텐데. 박은영은 옆을 바라보며, 빠르게 서연주의 마음을 읽어냈다. 아마도 그녀는 교수님이 점수를 언급하지 않은 것이 일부러 그녀를 엿먹이기 위함이라고 오해한 모양이었다. 하태민은 이런 주제에 전혀 관심이 없었고, 돌아서며 떠나기 전 엄숙하게 한마디를 던졌다. "연주 씨는 그녀의 경쟁 상대도 아니었으니,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었어요." 유태진은 살짝 몸을 돌려 박은영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조금의 동요도 없이 태연했다. 교수님의 이 말은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는 듯했다. 사람들을 멍하게 만들었다. 서연주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 말은, 박은영이 그녀와 무엇인가를 다투려 하지 않았다는 뜻일까, 아니면... 정하늘과 심해준은 멍해져서, 머릿속이 백지가 되었다. 정인우는 떠나기 전, 서연주를 한 번 보고는 말했다.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 교수님은 누구에게나 이런 태도야. 박은영을 편들려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학교의 공정성과 엄격함을 믿기를 바랄 뿐이지."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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