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4화

서연주의 얼굴이 갑자기 냉기로 가득 찼다. 박은영이 지금 자랑하면서 그녀를 깎아내리는 건가? 박은영은 그들의 표정을 신경 쓰지 않았다. 몸을 돌려 다음 구역으로 향했다. 박은영과 하수혁이 점점 멀어져가는 모습을 보며, 서연주는 가슴 속에 성가신 모래알이 맺힌 듯한 답답함을 느꼈다. 어릴 때부터 쌓아온 자제력으로 어떤 격한 감정도 드러내지 않고 모두 억눌러 버렸다. ‘박은영이 계속 일부러 실력을 숨긴 걸까? 아니면 본인도 이렇게 잘할 줄 몰랐던 걸까?’ 정하늘 역시 복잡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도, 그는 기억 속의 그 박은영과 지금의 박은영이 동일 인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지난번 그녀가 교수님 연구생 자격을 얻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는 그저 운이 좋았던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점수... 확실히 조작일 리가 없었다. 박은영이 그들을 놀린 건가? "서연주 씨는 어릴 때부터 해외에서 공부하셨고, 귀국 후 준비 시간도 짧았으니까, 그녀보다 못하다는 건 아니에요." 심해준은 눈살을 찌푸리며 서연주가 이 일로 상처받지 않기를 바랐다. 서연주의 얼굴은 완전히 얼어붙은 상태였고, 평소의 온화한 표정도 유지하지 못했다. 그녀는 오늘 일을 이해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박은영이 면접 1등이라는 사실도 말이다. 그녀는 합리적인 원인을 분석해 내야 했다. 그녀는 옆에 있는 유태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태진 씨, 아마 감기 기운이 있어서 몸이 안 좋은 것 같아요. 좀 일찍 같이 가줄 수 있을까요?" 이 말을 듣고, 심해준은 입술을 깨물며 유태진을 바라보았다. 유태진이 생각에 잠긴 듯 박은영이 떠난 방향을 바라보는 것을 발견하고 그는 눈살을 찌푸렸다. 유태진이 박은영에게 끌리는 건 아닐까? 그의 눈에 불만이 스쳤다. 유태진은 다른 것에는 신경 쓰지 않고, 잠시 후 서연주를 내려다보며 가볍게 대답했다. "응, 데려다줄께." 심해준은 서연주가 유독 유태진에게 의존하는 모습을 보며,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내내 기분이 복잡했다. 두 사람이 떠난 직후, 정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