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7화
순간 목이 멘 박은영은 기침을 내뱉었다.
배승연의 말이 도가 지나쳤다.
그러자 배서훈이 재빨리 냅킨을 건네며 속삭였다.
“물 좀 마실래요?”
배서훈의 시선은 오직 박은영에게만 향해 있었다.
정말로 배승연이 말한 대로 박은영을 챙겨 주는 사람이 많았다.
그 장면을 본 서연주의 얼굴이 굳어졌다.
얼마 전만 해도 자신을 가차 없이 몰아붙이던 배서훈이 지금은 박은영을 세심하게 챙기고 있었다.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누구나 배서훈의 마음이 박은영에게 기울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을 것이다.
서연주는 본능적으로 유태진을 살폈다.
유태진은 잔을 기울이며 시선을 내린 채 아무 표정도 드러내지 않았다.
속내를 알 수 없는 침묵에 서연주는 천천히 안도했고 유태진은 전혀 개의치 않는 듯 보였다.
옆에서 심가희가 히죽 웃으며 잔을 들어 올렸다.
“역시 우리 은영이는 매력이 넘치네요. 그런 걸 모르고 놓치는 사람이야말로 눈과 마음이 다 멀어버린 거죠. 배 대표님의 말이 맞네요.”
심가희는 배승연과 잔을 부딪치며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정작 당사자인 박은영은 이런 묘한 기류가 부담스러웠고 배서훈에게 고개를 돌려 조용히 대답했다.
“고마워요.”
박은영 특유의 절제된 태도였다.
그러자 배서훈은 일부러 한숨을 내쉬며 장난스럽게 눈썹을 들어 올렸다.
“저한테까지 그렇게 예의 차리면 서운하네요.”
보통 여자라면 쉽게 흔들릴 말이었지만 박은영은 흔들리지 않았다.
“죄송해요.”
박은영은 짧고 단호한 대답뿐이었고 투명한 눈빛 속의 단정한 태도는 오히려 상대를 더 흔들리게 했다.
잠시 말을 잃은 배서훈은 결국 시선을 돌리고 잔을 비웠다.
두 사람 사이의 대화는 사소했지만 그 안에 알 수 없는 온기가 스며 있었다.
서연주는 그런 모습을 곁눈질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마침 다른 테이블에서 커플들이 교배주를 나누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심장이 두근거리며 서연주는 유태진에게 몸을 기울였다.
“태진 씨, 우리도 한잔할래요?”
이미 술이 조금 올랐던 터라 마음속 욕망이 더 뚜렷해졌다.
서연주의 의도는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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