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39화
엘리베이터 안은 좁고 공기가 묘하게 정적이었다.
유태진의 목소리는 낮지만 또렷하게 울렸다.
박은영은 고개를 들어 반사된 벽면을 통해 시선을 마주했다.
이건 뜻밖의 질문이었다.
잠시 침묵하던 박은영은 유태진을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그날 제가 술 마신 거 알고 있었어요?”
유태진은 박은영의 손목에 남아 옅게 가라앉은 발진을 흘끗 보고는 담담히 답했다.
“내가 알기를 원해? 아니면 모르는 게 낫기를 바라는 거야?”
그 말이 귀에 들어온 순간, 박은영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애써 누르던 생각이 다시 불쑥 치밀어 올랐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도 공기는 한층 더 무겁게 내려앉았다.
“딩!”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했다.
유태진은 박은영 곁에 서며 잠시 내려다보더니 말했다.
“알레르기 아직 다 낫지 않았어. 약은 계속 발라야 해.”
유태진은 그 한마디만 남기고는 문이 열리자 곧장 걸어 나갔다.
박은영은 한참 동안 유태진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뒤따라 나왔다.
어떤 일은 이미 분명해졌고 어떤 일은 여전히 서로 모른 척한 채 묻혔다.
가볍게 식사를 마친 박은영은 방으로 돌아와 코드를 다듬기 시작했다.
유태진과 마주쳤던 일을 더는 붙잡지 않고 그저 없었던 일처럼 묻어 두었다.
실습 위주의 대회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았기에 결국 중요한 건 코딩 능력이었다.
3일 동안 3개의 프로젝트가 이어지며 날마다 다른 주제가 주어지고 현장에서 데이터를 직접 조정해야 하는 만큼 준비가 절실했다.
다음 날 아침, 하수혁이 일찍 도착해 박은영과 함께 체육관으로 향했다.
이번 라운드는 공개 무대였다.
입구에서는 수많은 사람이 티켓을 스캔하며 줄을 서 있었고 현장의 열기는 높았다.
100명이 남은 참가자들은 시작 직전이 되어서야 조 편성을 알 수 있었다.
박은영은 그곳에서 뜻밖의 얼굴과 마주했다.
배서훈이었다.
배서훈은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놀랐죠?”
“배 대표님도 참가했어요?”
박은영은 배서훈에게 의아한 눈빛을 보내자 배서훈은 환하게 웃으며 흰 치아를 드러냈다.
“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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