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1화
박은영은 발걸음이 멈췄다.
가벼운 말 한마디가 그녀를 상품처럼 평가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심지어 가장 기본적인 아이 낳는 일조차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 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인가!
서연주 같은 해외 명문대 박사 출신과 비교하면 그녀는 전혀 주목할 가치가 없는 존재였다.
하지만 그들은 이런 말들이 그녀에게 상처가 된다는 것을 몰랐다.
그녀는 치료와 수술을 시작하는 순간 어머니가 될 권리조차 박탈당할 운명인데...
그러니 이혼 전부터 유태진이 그녀와의 부부관계를 소홀히 한 것도 이해가 갔다.
그때부터 이미 유태진은... 박은영이 자신의 아이를 가질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던 걸까?
박은영은 유태진이 어떻게 대답했는지 알고 싶지 않았다.
저녁 식사 때 할머니와 한 말에서 유태진이 정말로 박은영과 아이를 가질 마음이 없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니 이효정의 말에 분명 동의했을 것이다.
약병을 꽉 쥔 채 방으로 돌아간 박은영은 힘없이 숨을 몰아쉬었다. 입술은 점점 하얗게 질려갔다.
박은영은 약병을 열고 물 없이 알약을 삼켰다.
입안에 죽을 것 같은 쓴맛을 느껴졌다. 하지만 마음의 쓴맛이 더 큰지 아니면 이 약의 쓴맛이 더 큰지 알 수 없었다.
박은영은 눈을 감은 채 마음을 진정시켰다.
잠이 오지 않아 컴퓨터로 프로젝트 세부 사항을 정리하기로 했다.
연말까지 프로젝트를 완료해야 했기에 검토해야 할 부분이 많았다.
핵심 데이터 일부를 수정한 후 침대에 앉아 책을 읽기 시작했다.
최근 그녀는 알고리즘을 통해 유용한 정보를 추출하기 위해서 항공우주 관련 전문서적을 항상 휴대하고 다녔다.
이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유태진이 들어왔다.
그는 따뜻한 오렌지빛 조명 아래 앉아 있는 박은영의 모습을 보았다.
부드럽고도 허약해 보이는 실루엣, 그녀가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유태진을 본 박은영은 매우 놀랐다.
‘아직 가지 않았나?’
옷장 앞으로 걸어간 유태진은 박은영이 읽고 있는 책을 흘끗 보았다.
[우주선 궤도 결정 이론과 응용]
이 책은 유태진도 읽어본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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