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2화
생각을 정리하니 조금은 명확해졌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예민하게 반응한 것 같았다.
문서 인터페이스를 이미 닫았으니 유태진은 비전 기업의 핵심 프로젝트 내용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박은영은 직감적으로 방금 유태진이 그녀를 바라보던 눈빛에 특별한 감정이 스쳐 지나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크게 개의치 않고 불을 끄고 침대로 갔다.
유태진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잠자리에 들기 직전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었다.
천천히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에 어둠 속에서 눈을 뜬 박은영은 키 큰 남자의 실루엣이 침대 반대편으로 향하는 것이 보였다.
매트리스가 약간 눌렸다.
중간에 거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박은영은 유태진에게서 풍기는 특유의 시더우드 향과 강렬한 남자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온몸이 얼어붙어 움직이지 못했다.
‘왜 가지 않았을까? 왜 다시 돌아온 걸까?’
온갖 의문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혼을 앞둔 상황에서 이런 동침은 다소 이상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유태진은 누운 후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옆에 있는 그녀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는 것처럼 그녀를 건드리지 않았고 이내 잠든 듯했다.
긴장했던 박은영도 서서히 긴장을 풀었다.
유태진도 할머니 눈치가 보여 두 사람 관계가 소홀해졌음을 보이지 않으려 한 모양이었다.
게다가 유태진은 그녀를 대할 때 늘 냉정하고 절제했다.
예전에도 부부관계는 어쩔 수 없이 한 것이었다.
평소 그녀의 몸에 대해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여기까지 생각한 박은영은 점점 졸음이 쏟아졌다.
동이 틀 무렵, 박은영은 베개 옆에서 울리는 휴대폰 진동에 깨어났다.
잠이 덜 깬 채 스마트폰을 집어 들어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 너머로 여자의 웃음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좋은 아침, 태진 씨. 조금 있다가 나 픽업하러 올 거죠?”
급격히 정신이 든 박은영은 순간 누군가 머리 위로 찬물을 끼얹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태진 씨? 옆에 사람 있어요?”
휴대폰에서 의아해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박은영은 본능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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