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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좋을 대로 해.” 유태진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더니 넥타이를 정리하며 말했다. “할머니께서 물으시면 네가 알아서 잘 설명하고.” 박은영은 그제야 모든 걸 알아차렸다. 그녀에게 무심하다는 할머니의 잔소리를 무마하려는 핑계일 뿐이라는 걸 말이다. 아래층으로 내려가니 이금희는 아침 운동을 마치고 돌아와 있었다. 게다가 박은영을 위해서 몸에 좋은 보양국까지 정성껏 끓여놓으셨다. 박은영은 할머니의 고생을 헛되게 할 수 없었기에 불편함을 참으며 조금 마셨다. “태진아, 은영이랑 같이 나가렴.” 이금희가 이렇게 말하자 유태진은 잠시 멈칫하며 박은영을 바라봤다. 그러나 박은영은 아침에 받았던 전화가 떠올라서 괜찮다며 사양했다. “아니에요, 할머니. 태진 씨랑은 가는 길이 다르거든요. 반대 방향에 볼 일이 있어요.” 유태진이 아무 말 없이 넘어가는 걸 보고 처음부터 데려다 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는 걸 알아차린 이금희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박은영은 유태진이 서연주를 데리러 간다는 걸 알고 있었다. 며칠 전 길 한복판에 내버려졌던 기억도 생생했다. 그녀는 또 그런 일을 겪고 싶지는 않았다. 박은영은 유태진과 함께 문을 나섰다. 이금희와 집사가 돌아간 걸 확인하고 나서 그녀는 통화 중인 유태진의 뒷모습을 향해 말했다. “앞으로 바빠질 거라서 여기도 다시는 안 올 거예요.” 두 사람은 이미 이혼한 사이였다. 할머니께서 이해해 주든 말든 자주 불려 오게 되면 양쪽 모두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박은영은 유태진이 이 문제를 빨리 정리해 주길 바랐다. 물론 할머니와 따로 뵐 수는 있었다. 부부의 인연은 끊어졌지만 어르신들 마음까지 아프게 할 필요는 없으니 말이다. 유태진이 고개를 돌렸을 때 박은영은 이미 떠나고 없었다. 그는 뭐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그때, 전화기 너머로 정하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박은영 씨가 집 안 들어가겠다는 걸로 협박하는 거야?” “요즘 은영 씨 꽤 머리 쓰는데?” 유태진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러든 말든 마음대로 하라지. 난 신경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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