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0화
박은영의 전화를 받던 때 유태진의 말투는 자리에 있는 모두가 함께 들었다.
서연주는 미간을 약하게 찌푸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정하늘이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아니, 진짜 관심받고 싶어서 별짓을 다 하네? 갑자기 아픈 척이야?”
“진짜 아픈 걸 수도 있잖아요.”
서연주는 손에 들고 있던 패를 내려놓으며 태어난 얼굴로 말했다.
“그래도 지켜야 할 선이라는 게 있죠. 연주 씨 앞에서까지 저러는 건 좀 아니지 않아요?”
정하늘이 어깨를 들썩이며 말했다. 역시 그의 예상대로 박은영은 가만히 있지 못했다.
유태진은 시계를 한 번 확인해 보았다. 밤 8시를 막 넘긴 시각이었다.
“잠깐 가서 보고 올게.”
정하늘은 곧바로 눈치챘다는 듯 말했다.
“그래. 내버려 뒀다가는 돌아가자마자 할머님한테 이르겠지. 그럼 또 골치 아파지잖아.”
서연주는 입술을 깨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차가운 유태진의 눈빛에서는 별다른 감정이 담겨있지 않았다. 그는 무덤덤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먼저 놀고 있어. 금방 올 테니까.”
그 말에 서연주는 안도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정하늘이 웃으며 말했다.
“오케이, 알겠어. 금방 온다는 거지? 걔한테 쩔쩔매는 거 아니고.”
유태진이 도착하자 박은영은 문을 열어주었다. 유태진은 한쪽 손을 호주머니에 찔러넣은 채 문 앞에 서 있었다. 그는 박은영을 위아래로 대충 훑어보더니 별말 없이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어디가 아픈데?”
박은영은 어쩔 수 없이 그에게 길을 비켜주었다.
그가 지나가며 남긴 은은한 향수 냄새는 분명 여성용 향수였다.
아마 서연주와 함께 있다가 온 모양이었다.
박은영은 아무렇지 않은 듯 코를 손으로 막으며 대답했다.
“목이 아파요.”
유태진은 박은영을 슬쩍 바라보더니 그녀의 상태가 정말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거짓말이 아니었다.
“약은 세 종류로 갖고 왔어. 기도염이랑 해열제, 그리고 목캔디.”
박은영은 미간을 구긴 채 놀란 눈빛으로 유태진을 바라보았다.
그가 자신의 생사를 챙긴다는 것이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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