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8화
하객들은 모두 자리에 앉아 있었다.
박은영은 불안한 시선으로 문 쪽을 바라봤다.
그때, 예식장의 커다란 문이 천천히 열리며 심가희가 심호영의 팔을 끼고 걸어 들어왔다.
하객들은 아직 아무 이상함도 느끼지 못했다.
누군가는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고 플래시가 번쩍이며 잔잔한 음악이 흘렀다.
환한 조명이 예식장을 가득 채우며 모든 것이 평온해 보였다.
그러나 박은영의 입술은 굳게 다물었다.
심가희의 단정하고 담담한 얼굴을 보는 순간, 가슴 한가운데가 저릿하게 아파왔다.
...
심호영은 딸의 손을 꼭 잡은 채 예식장 앞쪽으로 걸었다.
그는 심준영이 보이지 않자 잠시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심가희가 손을 살짝 쥐며 신호를 보냈다.
“괜찮아요, 아빠. 내려가세요.”
그는 별다른 의심 없이 단상에서 내려왔다.
이제 그 자리에는 심가희 홀로 서 있었다.
수백 쌍의 시선이 그녀를 향했다.
혼란스러운 눈빛과 웅성거림 속에서 사회자는 순간 말을 잃었다.
마이크를 쥔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신랑이 없는 결혼식이라니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지상호는 급히 휴대폰을 꺼내 심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신호음만 울릴 뿐, 아무 응답도 없었다.
“젠장...”
그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이 사태를 어떻게 수습해야 하지...’
하객들 사이에서 수군거림과 웅성거림이 점점 켜졌다.
한서영은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분명, 무언가 잘못되고 있어.’
그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단상 위의 심가희를 바라봤다.
“무슨 일이래? 요즘 결혼식은 신랑이 마지막에 나와?”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상하잖아. 혹시 심준영, 도망간 거 아니야?”
“헉, 설마...”
“심준영은 그 정도로 결혼하기 싫었나 보네.”
“원래 둘이 약혼한 지 오래였다며? 근데 이제야 결혼하는 것도 이상했지.”
“결국 한쪽이 원하지 않았던 거야.”
주변에서 연달아 비아냥과 조롱이 터져 나왔다.
사람들의 시선은 마치 남의 불행을 구경하는 듯 차가웠다.
“나 들었는데, 심가희가 계속 매달려서 억지로 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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