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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화

단호하면서도 공무적인 그의 한 마디에 박은영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방사선 치료의 후유증인지 머리가 어지럽고 다리에 힘이 풀렸다. 그녀는 간호실 카운터에 몸을 기대어야 겨우 균형을 잡을 수 있었다. 박은영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더 좋은 병실은 얼마든 있는데, 왜 하필 우리 삼촌 병실을 골랐냐고요? 무슨 속셈이죠?” 유태진은 담담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환자 기분이 중요하니까. 네 삼촌에게 VIP 병실을 제공하고, 1년 치 비용을 지급해 줄게.” 그는 불필요한 말은 한마디도 더 하기 싫은 듯 단도직입적으로 단호하게 말했다. 서연주의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 그는 수단을 가리지 않았다. 삼촌이 병든 이후로 단 한 번도 도움을 준 적 없던 그가, 이제 와서 서연주 가족을 위해 몇천만 원이나 되는 입원비를 지급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박은영도 박태욱한테 더 좋은 병실을 마련해 주고 싶었지만, 경제적 여유가 없었고 유태진의 부인이라는 신분도 마음대로 쓸 수 없어 계속 미뤄왔었다. 유태진이 진심이라는 걸 알아챈 박은영은 천천히 마음을 가다듬고 물었다. “지금 나한테 부탁하는 거예요?” 유태진은 그녀의 의도를 알아챈 듯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말했다. “원하는 게 뭔데?” “VIP 병실은 당연히 제공해야 하는 거고. 내가 원하는 건... 일단 유 대표님이 나한테 빚진 걸로 치죠. 제가 필요한 게 있을 때 언제든지 요구를 하나 들어주세요. 돼요?” 자신이 없었던 박은영의 목소리는 희미하게 떨려왔다. 지금처럼 유태진이 협상하는 태도를 보이는 건 순간적인 일일 뿐, 만약 박은영이 거절하면 유태진은 병원 측과 직접 협의해 삼촌을 강제로 옮기게 할 수도 있었다. 지난번 외할머니 집 문제로 서연주가 마음이 상했던 일이 있었던지라 이번엔 유태진이 더 이상 양보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러니 차라리 보장이라도 하나 더 얻는 게 나았다. 사실 박은영은 유태진한테서 뭔가를 원하는 게 아니었다. 그녀는 그저 허윤정이 귀국한 이후 줄곧 박씨 가문을 모욕하는 일이 반복되자, 앞으로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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