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화
“당연히 서고은이지.”
이시현의 이 한마디가 떨어지자마자 비서는 반사적으로 브레이크를 밟았다. 타이어가 도로 위를 긁으며 귀를 찢는 소음을 냈다.
“죄송합니다, 이 대표님!”
비서는 다급히 사과했지만, 등에는 이미 식은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의외로 이시현은 화를 내지 않았다. 그는 그저 차갑게 고개를 들어 안경 너머로 백미러 속의 비서를 바라볼 뿐이었다.
“내 대답이 그렇게나 충격적이었나?”
비서의 핸들을 쥔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충격적인 정도가 아니라 지금까지 알고 있던 모든 인식이 뒤집히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감히 그대로 말할 수는 없어 조심스럽게 에둘러 말했다.
“그런데 임단비 씨에게 훨씬 더 잘해주시는 걸로 보여서요. 서고은 씨보다...”
이시현은 길고 곧은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눌렀다. 그리고 가죽 시트에 몸을 기대며 말했다.
“그건 임단비가 내 목숨을 구해준 적이 있기 때문이야.”
차창 밖으로 네온 불빛이 스쳐 지나갔다. 그 빛이 이시현의 날카로운 옆선을 비췄고 늘 냉정하고 절제된 그의 눈동자에 피로가 스쳤다.
그는 눈을 감았고, 기억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고등학생이던 시절, 이시현은 학교에서 이름난 고고한 얼짱이었다.
매일 책상 서랍에는 고백 편지가 가득했고, 복도에서는 항상 누군가 ‘우연’을 가장해 그와 마주쳤다.
가장 심했던 날에는 어떤 여학생이 학교 건물 앞에서 장미로 하트를 만들어 고백까지 했었다.
“시현아, 차라리 여자애 한 명이랑 일부러 친한 척하는 게 어때? 그러면 다른 애들이 알아서 포기할 거야.”
동아리 회장이 이시현에게 조언해 줬고 생각해 보니 나쁘지 않았다.
‘그럼, 누구로 할까?’
이시현의 운동장을 훑던 시선이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고 있는 임단비에게 멈췄다.
햇살이 좋은 날이었다.
임단비의 하얀 교복 치마를 입고 나무 아래 쪼그리고 앉아 있는 모습은 확실히 조금 순수해 보이기도 했다.
‘그래, 임단비로 하자.’
그날 이후, 이시현은 의식적으로 임단비를 특별대우 했다. 그는 그녀가 건네는 물만 받고 발표할 땐 그녀가 앉아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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