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화
서고은은 방 한가운데 앉아 사방을 가득 메운 사치품들을 바라보며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
이곳, 심씨 가문에 도착한 날부터 가정부들은 끊임없이 그녀의 방으로 물건을 들여보냈다. 맞춤 제작 고급 드레스, 한정판 보석, 명품 가방들... 거의 방 전체가 물건으로 가득 찰 정도였다.
“아가씨, 이건 도련님께서 방금 경매에서 낙찰받으신 블루 다이아 목걸이입니다. 이쪽은 파리에서 항공편으로 들여온 한정판 드레스예요. 아가씨가 빨간색을 좋아하신다고 하셔서 도련님이 전 시리즈를 다 주문하셨습니다. 그리고 이 가방들도...”
결국 서고은은 손을 들어 말을 끊었다.
“이 방 좀 보세요. 더 놓을 자리가 있어 보이나요?”
가정부들은 서로 눈치를 보더니 그중 한 명이 즉시 이어폰을 누르며 낮게 보고했다.
“도련님, 아가씨께서 방이 너무 작아서 더 큰 별장으로 옮겨야 할 것 같다고 하십니다.”
서고은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런 뜻이 아니거든요?”
가정부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대답했다.
“도련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아가씨를 위해서라면 돈은 얼마든지 쓰라고요.”
서고은은 이마를 짚었다.
“그래도 이건 좀 과한 거 아닌가요? 당신들 도련님 돈은 이렇게 막 쓰라고 있는 것도 아닐 텐데요.”
“도련님은 돈이 많으세요.”
가정부는 지극히 진지했다.
“이 정도는 도련님께 그저 새 발의 피에 불과합니다.”
서고은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며칠째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질문을 던졌다.
“제가 여기 온 지 거의 일주일이 다 돼 가는데요. 이제 도련님을 직접 만나 볼 수는 없을까요?”
가정부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도련님께서...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되셨다고 합니다.”
서고은은 헛웃음을 터뜨렸다.
“사람을 데려와 놓고 본인은 준비가 안 됐다고요?”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좋아요. 그럼 저는 이만 돌아갈게요.”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가정부들이 일제히 몸을 곧게 펴고 고개를 숙였다.
“도련님 안녕하세요!”
서고은은 멈칫하며 고개를 돌렸다.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며 이윽고 문가에 한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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