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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처절한 비명이 연회장 전체를 찢어 놓았다. 피가 분수처럼 솟구쳐 올라 서고은의 눈처럼 흰 드레스 자락에 튀었고 마치 한 송이 한 송이 피어난 붉은 매화 같았다. 순식간에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었고 사방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런데도 서고은은 기이하리만치 차분했다. 그녀는 차갑게 주위를 훑어보며 붉은 입술을 살짝 열었다. “여러분, 구경거리 만들어서 죄송하네요. 저희 엄마가 일찍 돌아가셔서 가정교육을 못 받아서요.” 그녀는 말을 멈췄다가 칼을 뽑아 들었고 피가 얼굴에 튀었다. “그래서 저는 보통 원한이 생기면 그 자리에서 바로 갚습니다.” 임단비의 처절한 울음소리가 경매장 안에 울려 퍼졌다. 서고은은 칼을 내던지고 뒤돌아 그대로 걸어 나갔다. 출입구에 거의 다다랐을 때 누군가 갑자기 그녀의 손목을 거칠게 붙잡았다. 이시현이었다. 급히 달려온 듯 그의 손에는 담요와 핫팩이 들려 있었다. 서고은의 가슴이 찌르듯 아팠다. ‘이시현은 이걸 사러 간 거였구나.’ 전부 임단비를 위한 것이었다. “미쳤어?” 이시현의 얼굴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목걸이 하나 때문에 사람을 해쳐? 만약 단비가 더 마음에 안 드는 짓을 하면 그땐 사람을 죽일 작정이야?” 그의 손아귀 힘은 그녀의 살을 파고들었고 손목뼈가 부러질 것 같았다. 서고은은 통증을 억누르며 붉어진 눈으로 말했다. “왜 임단비가 무슨 짓을 했는지는 안 물어봐? 내 엄마 목걸이를...” “임단비가 그 목걸이를 개에게 먹였어도 너는 사람을 다치게 해선 안 됐어!” 이시현의 고함이 서고은의 말을 잘라버렸다. 그 말은 칼날처럼 서고은의 심장에 꽂혔다. 그녀는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웃다 보니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그래요. 일은 이미 다 저질렀는데 이 대표님은 이제 어떻게 저를 혼내실 건데요?” “더는 네 일을 내가 처리할 수 없어.” 이시현은 곁의 비서에게 냉정하게 명령했다. “서고은을 경찰에 넘겨. 고의 상해죄로 기소하고 3일 동안 구금시켜.” 서고은은 고개를 번쩍 들며 자기 귀를 의심했다. 그는 임단비를 위해 그녀를 감옥에 보내려는 것이었다. 서고은은 이를 악물었다. 입안에 피 맛이 번질 때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그저 경찰에게 끌려갔다. 마지막으로 본 장면은 이시현이 임단비를 안고 낮은 목소리로 달래는 모습이었다. “울지 마. 내가 있잖아.” 구치소에서의 사흘은 서고은 인생 최악의 지옥이었다. 그녀는 가장 더럽고 혼잡한 감방에 던져졌다. 같은 방의 여자 죄수들은 누군가의 지시를 받은 듯 일부러 서고은을 괴롭혔다. 첫째 날, 옷을 벗긴 채 검사당했고 차가운 물을 머리부터 뒤집어썼다. 둘째 날, 밥에 유리 조각이 섞여 있어 먹지 못했고 서고은은 배고픔에 위가 뒤틀릴 만큼 고통스러웠다. 마지막 날, 몇몇 여자 죄수들이 서고은을 화장실로 끌고 가 주먹을 비처럼 퍼부었다. “감히 건들면 안 되는 사람을 건드렸다며?” 우두머리가 서고은의 턱을 거칠게 잡아 올렸다. “이 대표가 직접 말했어. 이번에 너를 제대로 혼내주라고.” 서고은은 바닥에 웅크린 채 눈만 붉게 충혈되었다. 그녀는 이시현이 이렇게까지 할 리 없다고 믿고 싶었다. 하지만 몸에 생긴 하나하나의 상처가 조용히 사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이시현은 정말로 이 정도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사흘 후, 마침내 경찰이 서고은을 풀어줬을 때 그녀는 이미 제대로 서 있지도 못했다. 상처투성이 몸을 이끌고 구치소 문을 나서던 순간, 그녀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병원 병실이었다. “반성은 좀 했어?” 침대 옆에 서 있던 이시현이 무표정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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