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3화
...
나는 화장실로 뛰어 들어가 헛구역질을 해댔다.
한참을 그러고 나서야 겨우 속이 가라앉는 듯해 가글로 입안을 헹구고 밖으로 나왔다.
머릿속에는 오직 하나의 생각만이 존재했다.
‘약국 들러서 임신 테스트기부터 사야겠다. 정말 만약... 만약에 임신이라도 했으면 어떡하지?’
며칠 전까지만 해도 입원하고 약 먹고 피를 뽑고, 심지어 얼마 전에는 술까지 마셨는데 혹시라도 아이가 생긴 거라면 제대로 지켜낼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뒤죽박죽인 생각들에 잠겨 있는 순간, 갑자기 누군가의 손이 내 팔을 꽉 움켜잡았다.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고개를 들어보니 싸늘한 기운이 얼굴에 서려 있는 고수혁이 서 있었다.
그를 보는 순간 내 배 속에 혹시라도 그와 나 사이에 생명이 생겼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이거 놔.”
나는 이를 악물고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하지만 그는 나를 벽으로 몰아세우며 넓은 어깨와 체구로 내 앞을 막아버렸다.
한 치도 움직일 수 없는 거리에서 고수혁의 깊고 어두운 눈빛이 내 얼굴을 훑었다.
“일부러 이렇게 꾸미고 고하준이랑 나란히 나타난 거... 도대체 무슨 속셈이야?”
나는 그의 시선을 똑바로 마주 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가 하는 거 나도 똑같이 하는 거야. 서아현 씨랑 너는 할 수 있고 나는 안 되는 법이라도 있어?”
숨소리가 거칠어지는 것도 잠시, 고수혁은 크게 한 번 숨을 들이키더니 이를 악물었다.
“윤세영, 네 신분 똑바로 기억해. 고씨 가문에 먹칠이라도 하게 되면 네 엄마는 물론이고 윤씨 가문까지 전부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
“하.”
나는 헛웃음을 내뱉으며 갑자기 고수혁의 어깨에 손을 얹고 발끝을 세워 그에게 바짝 다가섰다.
“고 대표님, 도대체 누가 신분을 잊었다는 거죠? 이참에 우리 그냥 밖에 나가서 혼인신고서라도 꺼내 볼까요? 앞으로 아내로서 나 고 대표님 잘 모시면서 살 수 있어요. 그런데 고 대표님은 할 수 있으세요?”
고수혁의 눈빛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
당연히 그는 그렇게 무모하게 굴지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