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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화

내가 힘없이 말하자 그는 오히려 더 화가 난 것 같았다. 고수혁은 내 턱을 움켜쥔 채 평소보다 더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윤세영, 너 되게 강한 여자 아니었어? 지금 감히 날 거절해?” 나는 고개를 세게 끄덕였다. “그래. 네 말이 맞아. 부탁이야. 고수혁, 내 몸에 손대지 마.” 그는 문득 뭔가 깨달은 듯 멍한 얼굴로 날 바라봤다. 솔직히 고수혁도 알 것이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내가 먼저 들러붙고 그와 잠자리를 하려고 했던 사람이라는 걸.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까지 빌며 떨어지라고 하니 이해가 안 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바로 그때, 초인종이 울렸고 모니터로 문 앞에 있는 사람을 확인한 고수혁은 헛웃음을 터뜨렸다. “이래서 자꾸 혼자 살겠다고 한 거야? 하준이랑 동거하려고?” 나는 해명도, 변명도 하고 싶지 않았다. 왜냐하면 고수혁은 나한테서 그런 걸 들을 자격이 없으니까. “나는 자기 몸 하나도 못 지키는 여자를 아내로 둘 생각 없어. 며칠 뒤 변호사 통해서 합의서 보낼 테니까 준비해.” 그 말에 나는 오히려 숨이 트이는 것처럼 후련했다. “나도 마찬가지야. 나도 더러운 남편은 필요 없어. 난 계속 집에 있을 거니까 서류 준비되면 보내.” 고수혁은 한동안 아무 말 없이 나를 보다가 문을 열었다. 문 앞에는 고하준이 가만히 서 있었다. 하지만 이내 내 상태를 확인하자마자 표정이 잔뜩 굳어버렸다. 상황은 어떻게 봐도 명확했다. 나랑 고수혁이 방금 싸웠다는 걸 누구라도 눈치챌 정도로. “형, 너 지금 뭐 한 거야?” 고하준은 고수혁의 멱살을 잡았지만 그는 태연하게 동생을 제압했다. “고하준, 한 달 안에 해항시에서 꺼져.” 짧은 한마디를 끝으로 고수혁은 자리를 떠났고 나는 고하준은 일으켜 세웠다. 이내 그는 다친 곳보다 내 얼굴을 먼저 살폈다. “괜찮아?” 나는 최대한 웃는 얼굴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방금 수혁이가 나랑 이혼하자고 했어.” 난 이유도 모르게 눈물을 줄줄 흘렸고 멈출 수 없었다. 그러자 평소 장난기 넘치던 모습과는 달리 고하준은 조용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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