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화
“그럼, 당연하지! 다음 주 수요일, 넌 꼭 수혁이 데리고 와. 우리 온 가족이 다 같이 자리 한번 가져보자.”
가슴 깊은 곳에서 알 수 없는 작은 불안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엄마... 혹시 아현 씨한테 제가 간다는 얘기는 안 했죠?”
“네가 말하지 말랬잖아. 그래서 꾹 참고 있었어.”
그 말에 나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이 내쉬었다
“다행이네요. 그럼... 다음 주에 수혁이하고 같이 갈게요.”
전화를 끊자마자 이번에는 김춘희가 입원해 있는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치료비 납부 기한이 다가온다는 재촉이었다.
김춘희는 꾸준한 치료가 필요한 상태였고 매달 들어가는 비용은 결코 적지 않았다.
결혼 전에는 윤씨 가문이 그 비용을 부담했고 결혼 후에는 고수혁이 장모님 치료비는 자신이 책임지겠다며 먼저 나서 주었었다.
그때의 그는 언제나 나보다 한발 먼저 움직이며 나를 챙기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고수혁은 서아현과 다미와 함께 모모 랜드를 돌아다니며 예전의 약속 같은 건 전부 잊은 사람처럼 보였다.
나는 한참 동안 휴대폰 화면만 바라보다가 용기 내어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통화음이 끊기고 들려온 목소리는 고수혁이 아니었다.
“세영 씨, 무슨 일이세요? 수혁 오빠는 지금 다미랑 노는 중이라 통화가 어려워요.”
정중한 말투 속에는 은근히 내려다보는 뉘앙스가 섞여 있었다.
“그럼 바꿔 주세요.”
나는 단호하게 말했지만 돌아온 말은 똑같았다.
“죄송하지만 지금은 정말 안 돼요. 다미랑 놀이기구 타는 중이라 통화가 어렵거든요. 전하실 말 있으면 제가 대신 전해드릴게요.”
남편에게 전화 한 통 하기 위해 나는 내연녀에게 허락받아야 했다.
그 사실이 너무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았다.
바로 그때 서아현의 목소리가 바뀌었다.
“어머님, 세영 씨예요.”
나는 손끝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이미 둘 사이가 좋다는 건 예상했지만 이건 생각보다 훨씬 빨랐다.
잠시 후 강민숙의 목소리가 휴대폰 넘어로 들려왔다.
“아현아, 내가 받을게. 저 계집애는 아직도 우리 수혁이 붙잡고 질척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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