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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화

내 시야는 점점 흐려졌다. 백색 조명 아래에서 서늘하게 빛나는 고수혁의 옆모습만이 유일하게 또렷했다. 의사가 주저하며 물었다. “고 대표님... 계속 뽑을까요?” “네.” 그 한마디가 떨어지는 순간 나는 숨이 턱 막혔다. 마치 사형선고를 들은 듯 온몸을 짓누르는 절망이 한순간에 몰아쳤다. ... 따끈한 피가 내 몸에서 끊임없이 빠져나가 혈액백을 채워 갔다. 반면 내 체온은 서서히 식어갔다. 평생을 함께하겠다고 약속했던 고수혁은 지금 나의 생사는 외면한 채 다른 사람을 살리기 위해 내 피를 긁어모으고 있다. 어지러운 통증이 몸을 휘감자 나는 결국 버티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그 순간, 눈가를 타고 흘러내리는 차가운 감촉이 스쳤다. 나는 그것이 눈물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고수혁 따위 때문에 흘리는 눈물은 그 어떤 것보다 아깝고 치욕스러웠다. 그런 생각까지 흐려지는 순간 의식은 서서히 어둠 속으로 가라앉았다. 주변에서 터져 나오던 소란스러운 외침도 점점 멀어져 갔다. 그리고 마침내 모든 소리가 아득하게 사라졌다. “환자 혈압 떨어집니다! 에피네프린 1mg 정맥 투여하겠습니다!” “체온 35도까지 내려갔습니다!” 그 소란을 뚫고 고수혁의 목소리가 뒤섞여 들려왔다. “세영이를 꼭 살려야 해요!” 나는 문득 고수혁의 말이 너무 우스워졌다. 지금껏 나를 벼랑 끝으로 몰아붙이던 사람이 정작 내가 죽음에 가까워지자 갑자기 살려야 한다며 절규하고 있다니. ‘아마도... 내가 아직 필요하기 때문이겠지. 나는 그의 딸에게 피를 제공할 수 있는 살아 있는 혈액백이니까.’ ...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눈을 떴을 때 온몸의 힘은 빠져 축 늘어져 있었고 손끝의 감각마저 희미했다. 그런데, 내 손이 누군가의 두 손에 단단히 감싸여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고개를 천천히 돌리자 침대 곁 의자에 기대어 앉아 눈을 감은 고수혁이 보였다. 그는 깊은 잠에 빠진 듯한 얼굴로 내 손을 꼭 쥐고 있었다. 나는 한참 동안 그 얼굴을 바라보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나를 죽음으로 몰아넣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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