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화
나는 곧바로 고수혁의 시선을 피했다. 그러고는 혹시라도 속내를 들킬까 봐 더 캐묻지 않았다.
언제 장비를 출시할 건지 고수혁이 명확한 대답을 해주지 않자, 조금 실망하기도 했다.
나는 장비가 출시되면 고수혁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으려고 오랫동안 기다려왔다.
그날이 오면 고수혁이 이혼해 주든 말든 나는 그에게 반항하고, 그의 곁을 떠날 수 있는 자유가 생기게 된다.
그런데 출시 기간이 미뤄진 지금, 나는 또 하염없이 기다려야만 했다.
병원에서 지내는 며칠 동안 나의 위병도 많이 호전되었다.
그 몇 날 동안 고수혁은 병원으로 찾아와 나를 돌보지 않았다. 도대체 무슨 문제가 있었던 건지 장비를 출시하는 일이 잘 해결되지 않는 것 같았다.
고수혁은 거의 매일 회사에서 업무를 처리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반면 유영자는 매우 기분이 좋은 듯, 나를 돌보는 동안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사모님, 아무래도 대표님이 서아현 그 여자한테 흥미를 잃었나 봐요. 서아현네 모녀 이미 별장에서 나갔어요. 대표님 마음속에 여자는 사모님 한 사람뿐이었던 거예요.”
유영자의 말에 나는 멋쩍게 웃어 보였다.
하지만 그 집은 이미 내 것이 아니었고 고수혁도 더렵혀진 지 오래였다.
누가 그곳에서 살고 이사를 하든 나와 아무런 상관도 없었다.
그러나 내 속마음을 몰랐던 유영자는 내가 그 소식을 듣고 매우 기뻐할 줄 알았던 것 같았다.
드디어 퇴원하는 날, 유영자는 나보고 안방을 원래대로 되돌려놓아도 되는지 고수혁에게 물어보는 게 좋지 않겠냐고 했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정색하며 물었다.
“그걸 왜 물어봐야 해요?”
그러자 유영자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나를 쳐다봤다.
“사모님, 이제 안방으로 돌아와서 지내야 하잖아요. 서아현 모녀의 물건이 아직 방에 남아 있어서 사모님이 보면 기분이 좋지 않을까 봐 걱정되어서 그래요. 그런데 대표님께서 아직 분부하지 않아서 우리가 마음대로 물건을 치울 수가 없는 상황이에요.”
유영자의 말을 듣고 나는 평온한 얼굴로 말했다.
“괜찮아요. 수혁이가 아직 아무 말도 하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