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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화

이전에도 함께 밥 먹으려고 고수혁을 기다린 적이 수없이 많았다. 배가 고파서 위가 쓰릴 지경이었지만 고수혁은 매번 함께 밥 먹자는 약속을 저버리곤 했다. 그 뒤, 나는 기다리지 않으면 고수혁도 더 이상 나를 배신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오늘 밤, 고수혁은 또다시 나와의 약속을 저버렸다. 10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었지만 고수혁은 여전히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유영자는 계속해서 식은 반찬들을 덥히고 또 덥혔다. 그때까지도 나는 고수혁이 회사 일을 처리하느라 바쁜 줄로만 알았다. 그리고 핸드폰으로 SNS에 접속했을 때, 서아현이 두 시간 전에 올린 게시글이 내 눈에 들어왔다. 사진 속에 다미는 고수혁의 다리 위에 앉아 밥을 먹고 있었다. 강민숙은 옆에 앉은 손녀딸을 사랑스럽게 바라봤다. 그리고 이 사진을 찍은 건 누가 봐도 서아현이었다. 서아현은 그 사진과 함께 텍스트도 달았다. [가족끼리 식사하는 시간은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각이 아닐까. 다미가 새집을 좋아하니 나도 기분이 좋음.] 그 게시물을 본 나는 순간 헛웃음이 났다. 서아현네 모녀를 집에서 내쫓는 듯 행동하던 고수혁은 사실 두 사람을 시어머니의 집으로 보낸 것이었다. 그렇게 그들 세 식구는 자연스레 네 식구가 되어 행복을 만끽하고 있었다. 유영자가 여덟 번째로 반찬을 덥혀왔을 때, 나는 식탁 앞에 앉아 무뚝뚝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더 덥힐 필요 없어요. 수혁이는 밥 먹으러 오지 않을 거예요.” 그러자 유영자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네? 대표님 오늘 회사 일로 바쁘시대요? 그래서 사모님과 한 약속을 잊기라도 한 거예요?” 나는 바로 서아현이 올린 게시물을 유영자에게 보여주며 엄숙하게 말했다. “아주머니, 좋은 마음인 건 알아요. 하지만 앞으로 저와 수혁이를 엮지 말아 주세요.” 유영자는 내 기분이 매우 좋지 않은 것을 알아차리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서둘러 죽 한 그릇 퍼주었다. 이후 나는 천천히 저녁을 먹었다. 바로 그때, 밖에서 고용인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대표님 오셨어요? 사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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