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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화

“몇 년이나 만나 온 여자가 갑자기 내가 지저분하대. 변명해도 들으려 하지도 않고.” 유아현의 목소리가 룸 안에 낮게 울렸다. “나도 너처럼 살고 싶다. 힘들이지 않고 세상사를 장난처럼 툭툭 넘기면서 말이야.” 도서찬은 잔 속 얼음이 술결을 따라 천천히 도는 걸 물끄러미 보며 미간을 좁혔다. ‘장난처럼 산다고? 글쎄, 꼭 그런 것도 아닌데...’ “그건 그렇고 너랑 황노을, 그리고 한연서는 도대체 뭐야?” 옆자리의 유아현이 말을 잇다가 문득 물었다. “인터넷에 뜨문뜨문 뜨는 소식만 봤는데 네가 뭘 하려는 건지 도무지 감이 안 잡혀.” “나랑 황노을은 이혼 절차 진행 중이야. 지금은 이혼 조정 기간.” 도서찬이 짧게 답했다. “뭐라고?” 유아현이 벌떡 일어나자 어둠 속에서 놀란 얼굴이 드러났다. “한연서 때문이야?” 도서찬은 잔을 들어 한 모금 축였다. “그래.” “야, 난 이해가 안 돼.” 유아현은 방금 자신의 이야기는 접어 두고 말을 이어갔다. “너랑 황노을 사이 예전부터 괜찮았잖아. 한연서는 아프다길래, 난 네가 인간적으로 챙기는 줄만 알았지... 게다가 황노을이 정말 동의했다고?” 도서찬은 대꾸하지 않고 잔 속 얼음을 가볍게 굴렸다. “동의했어. 그래서 지금은 조정 기간이야.” “이건 아니잖아!” 유아현이 벌떡 일어나 방 안을 서성이며 머리를 긁적였고 혼란스러움이 얼굴에 역력했다. “정말 이혼한다고 했어?” 유아현이 물었다. “예전에 협력사 미녀 대표가 들이댔을 때 기억나지? 네가 대꾸도 안 하니까 그 여자가 황노을 앞에서 잘난 체하다가 바로 제지당했잖아. 그 일로 황노을이 며칠이나 화내서 스킨십을 거부했어.” 그 말을 들으며 도서찬은 그때 일을 떠올렸다. 애초에 해프닝이었고 도서찬은 그 여자에게 관심이 없었다. 그날은 너무 지쳐 대답을 못 했을 뿐인데 그녀는 쫓아내지 않으면 곧장 받아들이는 거라고 착각해 황노을에게 가서 으스댔다. 그때 황노을은 서류 뭉치를 탁 던지며 말했다. “제대로 일할 생각 없으면 그만두세요. 도경 그룹은 그런 협력사가 없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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