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7화
그 한마디를 듣고서야 비로소 마음이 가라앉았다.
도서찬은 그곳을 떠났다.
그 뒤로도 여러 곳을 돌다가 마지막에는 유치원 앞에 차를 세웠다.
하지만 도서찬은 차에서 내리지는 않았고 멀찍이 안마당을 바라볼 뿐이었다.
아린은 조용히 친구와 나란히 앉아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도서찬의 마음도 잠시 잦아들었다.
한편, 가면을 쓴 황노을은 [천상의 목소리] 결승 무대에 입을 의상을 디자이너와 상의하고 있었다.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죄송합니다.”
황노을이 고개를 숙이며 전화를 확인했다.
발신자는 도서찬이었다.
순간 황노을은 가슴이 꽉 조여졌다.
오늘은 이혼 조정 기간 30일째였고 정식 절차는 내일이다.
‘이 시각에 왜 전화를... 혹시 마음이 바뀐 걸까? 그렇다면 난... 어떻게 해야 하지?’
여러 생각이 스치다 벨소리가 거의 끝나 갈 즈음에야 황노을은 통화 버튼을 눌렀다.
황노을은 자리에서 나와 복도 끝에 섰다.
“무슨 일이에요?”
“저녁 같이 먹자.”
도서찬의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아린도 함께 데려와. 식당은 예약해 놨어.”
미간을 찌푸리던 황노을은 거절할 생각이었지만 마지막 날에 괜한 변수가 생기면 곤란했다.
그래서 물었다.
“왜요?”
“노을아.”
도서찬이 불쑥 그렇게 불렀다.
“내일이면 이혼 신고를 할 거야. 당분간 우리 셋이 한자리에서 밥 먹을 일은 없을 거겠지.”
황노을은 복도 벽에 걸린 현대미술 그림을 올려다봤다.
‘그 말의 뜻은... 작별을 위한 자리라는 뜻인가?’
둘 다 말없이 숨을 고르는 사이 도서찬이 먼저 입을 열었다.
“마지막으로 밥이나 먹자. 노을아, 오늘 이 식사 이후로 우리가 다시 혼인신고를 하기 전까지 급한 일이 아니면 난 먼저 너와 아린을 찾아가지 않겠어.”
황노을은 입술이 살짝 떨렸다.
“도서찬 씨, 약속 지키세요.”
황노을에게 재혼은 없었다. 그러니 도서찬이 약속을 지킨다면 오늘이 진짜 작별의 자리일 터였다.
“약속 지킬게.”
도서찬이 짧게 대답했다.
도서찬은 전화를 끊고 곧 시간과 장소를 메시지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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