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다시 눈을 떴을 때, 18살의 심민아는 6년 후로 환생했다.
이곳의 그녀는 경안시 최고 재벌가에서의 편한 생활을 놔두고 연애에 미쳐 살았다. 박씨 가문에서 대접받을 수 있었던 걸 쓰레기 같은 남자 때문에 포기하고 비극에 달하고 말았다.
심씨 가문의 심하 그룹은 팔아야 했고, 최고의 신랑감으로 불리던 남편은 만신창이가 됐고, 아들은 그녀를 증오하고, 딸은 그녀의 사랑을 갈망했다.
그녀는 식은땀을 흘렸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스스로 저지른 짓이라면 마무리도 직접 해야 했다.
쓰레기 같은 남자는 대가를 물게 하고, 상처받은 아이들은 달래야 했다. 그녀의 것이어야 했던 것은 당연히 백배, 천배로 돌려받을 것이다.
이혼협의서를 시작으로 그녀는 남편을 다시 찾기 위한 여정에 오르게 된다.
...
“여보, 안아줘.”
“여보, 뽀뽀해 줘.”
“여보, 날이 춥네. 어서 자러 가자.”
금욕적인 삶을 살아온 박진호는 이성을 잃고 그녀를 책상에 올린 채 키스를 퍼부었다.
“이렇게 아양 떨어서 갖고 싶은 게 뭔데? 내 목숨이라도 달라고 할 거야?”
아이들은 혀를 끌끌 찼다.
“아빠, 이러다가는 아내가 제수씨 되고 말 거야.” 






“서예은? 질린 지가 언젠데.”주현진은 비웃음이 담긴 눈빛으로 술잔을 흔들며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말했다.“지안이처럼 애교 많은 여자가 진짜 여자지. 서예은은...”구석진 곳, 유리잔 하나가 남자의 손바닥 안에서 갑자기 산산조각이 났다.서예은은 연애 3주년 기념 케이크를 꽉 움켜쥔 채, 그의 선명한 손가락 마디 사이로 흘러내리는 피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은하 그룹 대표 박시우는 천천히 손가락의 피를 닦아내며 그녀의 붉어진 눈가를 물끄러미 응시했다.“서예은 씨, 나랑 결혼할래요?”...경성이 발칵 뒤집혔다.모두는 그저 하찮은 디자이너가 재벌에게 매달린 줄 알았지만, 사실 이 결혼은 그가 5년 전부터 꾸민 함정이었다.박시우의 프라이빗 갤러리에는 그녀의 옆모습이 천여 점이 걸려 있었다.대학교 2학년 때, 비 오는 골목에서 고양이를 돌보던 모습부터 패리 패션쇼 백스테이지에서 보석을 정리하던 순간까지.깊은 밤, 그는 담배를 물고 폭우 속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주현진의 CCTV 영상을 응시하더니 갑자기 자기 아내를 품 안에 끌어안았다....훗날, 한 경제 기자는 냉혈한으로 소문난 박 대표가 아내 앞에 무릎 꿇고 떨리는 손으로 임신 진단서를 들고 있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반면 서예은은 결혼반지를 흔들며 가볍게 웃었다.“박시우 씨, 놀랍죠?”순간, 냉혈한으로 소문났던 남자는 눈가가 붉게 달아오르더니 그녀의 약지에 난 오래된 반지 흔적에 입을 맞추고 말했다.“예은아, 네가 스물두 살이었던 그 해부터 하고 싶었던 말이 있었어.”“무... 무슨 말이요?”“케이크가 너무 달콤했어.”박시우는 그녀의 귓가에 입술을 대고 잠긴 목소리로 속삭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