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5년 전, 안신혜는 사랑했던 남자와 의붓언니의 배신으로 모든 걸 잃었다.얼굴은 망가지고, 거리로 내몰린 끝에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져 뱃속 아이마저 하늘로 보냈다. 모두가 그녀의 죽음을 확신한 그 날, 피로 물든 텅 빈 병실을 본 강준혁은 미친 듯이 해성 곳곳을 헤집고 다녔다.5년 후, 새로운 모습으로 화려하게 복귀한 안신혜.복수를 시작하려던 순간, 한 부녀에게 그만 다리를 붙잡히고 마는데...꼬마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그녀를 끌어안았다.“엄마, 이제 아름이 필요 없는 거예요?”해성의 최고 권력자, 강준혁이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품에 와락 끌어당겼다.“자기야, 나도 버릴 거야?”안신혜는 어리둥절했다.“네? 그나저나 두 분... 누구시죠?”그리고 강씨 가문의 정식 며느리로서 강준혁의 사랑을 독차지하게 된다.복수는 통쾌하게, 사랑은 뜨겁게!“죽은 자를 대신해서 결혼했다더니, 정말 뻔뻔하네.”수군거리는 사람들 앞에 두 아이가 당당히 외친다.“이분은 우리 엄마예요. 친엄마!”강준혁도 무시무시한 기운을 뿜어내며 단호하게 덧붙였다.“이 여자는 내 아내야. 찐 와이프!”온 해성이 그녀로 인해 발칵 뒤집혔다. 


서하영과 임도윤이 부부의 연을 맺은 지도 어느덧 3년. 하지만 두 사람은 단 한 번도 제대로 얼굴을 마주한 적이 없었다. 그들의 결혼 사실을 아는 이들 역시 손에 꼽을 만큼 적었다.밤이 되면, 서하영은 재벌 총수의 아내로서 살아갔다. 임도윤이 직접 설계해 만든 호화로운 별장의 고급 소파에 몸을 기댄 채, 그의 반려견을 쓰다듬으며 사치스럽고 고요한 시간을 보냈다.그러나 아침이 밝으면 그녀의 신분은 완전히 달라졌다. 그는 집안에 고용된 가정교사일 뿐이었다. 임도윤에게서 월급을 받고, 그의 눈치를 살피며 하루하루를 조심스레 버텨내야 했다. 임도윤은 늘 냉담했고, 가끔은 무심한 말로 그녀를 베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감히 그녀를 건드리려 하면 상황은 달라졌다. 누군가 그녀를 괴롭힐 때 그는 가장 든든한 방패가 되었고, 누군가 해를 가하려 하면 주저 없이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상대를 무참히 꺾어냈다.점차 사람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임도윤이 서하영을 대하는 태도가 수상하다고 말이다. 선배가 후배를 챙기는 따뜻한 정 같기도 했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가 분명히 스며 있었다. 그의 시선은 지나치게 달콤했고, 그녀를 향한 손길은 지나치게 애틋했다.사실 임도윤은 이미 피비린내 나는 어둠의 세계에서 발을 뺀 지 오래였다. 하지만 서하영을 위해서라면, 그는 언제든 망설임 없이 다시 칼을 쥐고 차갑고 무자비한 방식으로 적을 베어냈다.사람들은 서하영에게서도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평범한 집안에서 자란 그녀가 어느 순간부터는 수십억 원대의 주얼리를 아무렇지 않게 몸에 걸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질투와 호기심을 동시에 자극하기에 충분했다.“뭐, 돈 많은 스폰서라도 붙은 모양이지.”질투 섞인 조롱이 날아들자, 서하영은 비웃듯 입꼬리를 올리며 맞받아쳤다.“아쉽겠지만, 이건 내가 직접 만든 브랜드야.”